조정호 < (주)코오롱 사장 jhjo@mail.kolon.co.kr >

요즘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심한 조정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이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이들은 수십여년 역사에 수만명 식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들을 밀어내고 싯가총액 7위, 10위, 11위에 랭크돼 있으며
30위권내에도 10개 가량이 포진중이다.

97, 98년에만 해도 우수한 기술을 가진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말없이 쓰러져
가는 사례가 많았다.

벤처기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 고유의 한글 프로그램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넘어갈 뻔 했다.

VGA보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자금경색으로 부도와
화의를 겪는 불행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코스닥시장 활황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유상증자도 이어져 1년만에 이들의
싯가총액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바로 신흥 벤처재벌 탄생의 배경이다.

벤처기업 육성이 한국경제 미래의 든든한 기둥이 될 것임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몇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업종만으로 미래성장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인가.

종업원 1백50명인 기업과 15만명인 곳을 비교할 때 고용효과보다는
미래성장성만 강조해야 하는가.

신흥 벤처재벌 소속 종업원과 지금 높은 생산성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
근로자들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엄청난 소득 격차는 과연 적정하게 평가된
정당한 것인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의 급한 불은 일단 꺼졌다.

그렇더라도 아직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화가치는 계속 오름세를 지속중이다.

인플레 가능성은 우리경제에 내재돼 있다.

기업들이 진정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게다가 올해 각 기업에선 생산성 향상폭을 넘어서는 임금인상 요구가 더욱
강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제조업 종사자들을 홀대해서는
안된다.

미래가치가 높은 사업에 종사하지 않고 있다거나 또는 뉴밀레니엄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업종이라는 이유는 말이 안된다.

제조업 종사자들의 사기를 꺾는 사회적 분위기는 결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