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봄 남성들의 옷차림은 "이지 수트 (Easy suit)"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회복의 바람이 옷차림에도 미쳐 정장의 딱딱한 선이 한결 부드럽고
입기 편안하게 바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작년에 불기 시작한 "언컨 수트 (Un construction 의 준말,
가슴판에 심지를 대지 않고 만든 양복)" 열풍도 더욱 세차질 것으로
기대했다.

고급 정장일수록 언컨수트와 같은 비접착 또는 반접착 시스템 생산품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몸을 죄는 허리선과 발목에서 완전히 좁아지는 바지통도 사라진다.

헐렁하고 넉넉하면서도 단정한 이미지를 주는 소프트 실루엣이 가장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재킷 단추가 두개 달린 클래식한 투버튼 스타일이 올해에 이어 여전히
인기를 끌지만 일부 파격적인 의상을 즐기는 젊은층 사이에는 6개의 버튼이
달린 양복도 심심치 않게 보일 전망이다.

양쪽 옆 선끝을 트는 사이드 벤트도 다시 돌아온다.

무엇보다 올봄 남성복은 컬러의 변화가 눈에 띈다.

노란색과 청색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색상이 남성복에 칠해져
컬러감이 살아난다.

이처럼 이지&내추럴한 이미지의 남성복을 완성하는 것은 옷감이다.

천연소재의 장점을 그대로 남기고 기능적이지 못한 단점을 보완한 혼방
소재나 캐시미어 쿨울과 같은 최고급 자연소재가 최신기술로 방적, 가공돼
사용된다.

디자이너들은 특히 모의 고급스러움에 스트레치 원사를 섞어 활동성을
보완한 "내추럴 스트레치"가 젊은 비즈니스맨을 겨냥한 기능성 정장에 가장
많이 쓰이는 인기 소재로 부상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색상 =노란색이 섞인듯한 밝고 자연스러운 색상들이 주도, 이전보다 훨씬
밝아지고 화사해 진다.

특히 노란색의 등장은 무채색 위주였던 남성들의 옷도 컬러시대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노란빛이 감도는 브라운에서 부드러운 레몬색까지 옐로 컬러의 다양한
버전을 볼 수 있다.

블루도 주요 색상으로 떠오른다.

청바지 색상인 다크 인디고 블루 (Dark indigo blue), 회색이 섞인 파랑 등
밝은 계열에서부터 진하고 어두운 블루까지 골고루 보인다.

이처럼 컬러풀한 분위기는 빨강과 핑크색으로까지 이어진다.

비록 중심색상으로 부상하지 못하지만 티셔츠같은 단품 아이템에는 빼놓지
않고 선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여름으로 갈수록 흰색이 강세를 띤다.

작년 여름에도 인기를 끌었던 밝은 회색과 흰색이 코디된 신사복 디스플레이
가 쇼윈도를 뒤덮을 전망이다.

베이지와 그린도 흰색과 잘 어울리는 색상으로 각광받으리라 예측된다.

<>소재 =면 모 마와 같은 천연소재와 적어도 그 느낌을 내는 소재가 올
봄과 여름 옷감의 기본이 된다.

마의 차가운 감촉을 재현하거나 울의 부드럽고 따뜻한 텍스처에 가깝게
가공하는 등 천연소재 흉내를 낸 혼방소재와 신개발 테크노 소재가 그 예다.

옷감의 질감은 실크처럼 부드럽고 가지런한 것부터 마와 같이 거친 표면까지
골고루 사랑받을 것이라는게 디자이너들의 말이다.

또 우아하면서도 광택있는 세번수 쿨울이 여름철 인기 양복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실루엣 =키워드는 "소프트"다.

바지 셔츠 재킷 모두 과장없이 부드럽게 아래로 떨어지며 부드러운 선을
만든다.

편안함(Comfort silhouette)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몸에 붙지 않고 조금 넉넉한 실루엣이 남성복을 주도한다.

< 설현정 기자 so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