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테크노밸리의 모델, RTP ]

"마이클 조던과 테크노밸리의 고향"

지난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담배와 목화가 주산지였던 전형적인 미국의
동남부 농장지대 노스캐롤라이나.

이곳 사람들은 "농구 황제" 조던이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출신이라는 것과
세계 최고의 연구단지라는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Research Triangle
Park)가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자랑거리로 삼고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비행기로 한시간 30분정도 떨어진 랠리(Raleigh).

교외에 있는 공항에서 40번 고속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서쪽으로 5분만 가면
RTP를 만나게된다.

본래 "트라이앵글 파크"라는 말은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주요 연구 시설이
밀집해 있는 3대 도시를 선으로 이으면 삼각형이 그려진다는 데서 유래했다.

이 중에서도 미국내에서 유수의 명문들로 꼽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NCSU)이 주도인 랄리에, 듀크대는 더램,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UNC)은
채플 힐에 각각 둥지를 튼 채 RTP의 심장부를 이루고있다.

그러나 실제 RTP지역은 이 삼각형 안에서 12.8km, 폭 3.2km의 직사각형
모양을 한 조그만 단지다.

8백50여만평 크기의 이 파크안에 현재 1백37개의 회사가 들어와 있다.

이들 기업중 1백6개가 연구기업이고 31개가 서비스 업체다.

이들은 4만2천명의 상근 노동자와 1만여명의 파트타임 노동자를 고용하고
매년 30억달러를 투자한다.

이곳은 전형적인 연구단지다.

공장은 단 한곳도 없다.

이곳을 관리하는 RTP재단은 시험 생산시설을 제외하고는 상품 생산을 위한
설비를 금지시켰다.

또 입주 기업들은 소유 토지의 80% 이상을 녹지로 유지시켜야 한다.

그래서 이곳은 수목원이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깨끗한 환경과 울창한
수풀을 자랑한다.

RTP재단의 제이미 누네일리 대외협력실장은 "연구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한다.

그녀는 "간혹 이런 규제 때문에 입주 기업들중 다시 나가는 기업도 있지만
외부에 RTP에 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주소는 그대로 둔다"고 말했다.

그만큼 RTP에 입주해 있다는 것이 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이곳이 기업들의 연구 단지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의학으로 유명한 듀크대학
과 소프트웨어가 강한 노스 캐롤라이나대학 그리고 공학과 생명공학에 장점이
있는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대학은 생명공학 화학재료 의료 전자 통신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의학분야에서는 이 지역에서 3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최초의 에이즈 치료제가 이곳에서 만들어졌으며 치매와 각종 경화증 치료제
가 개발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정부가 주도하는 차세대 인터넷 사업에도 이곳의 3개 대학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연구를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산학협력의 전형으로 꼽힌다.

이런 산학협동은 노스 캐롤라이나 주정부가 설립한 전자공학센터(MCNC)와
바이오센터, 그리고 비영리기관인 리서치 트라이앵글 연구원(RTI)이
주도하고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주가 설립한 NC바이오센터는 지난 96년 이후 이곳에 있는
3개 대학에 3천3백만달러의 연구 기금을 대줬다.

바이오센터의 로빈 디클 홍보위원은 "대학과 산업체들로부터 신청을 받은
후 외부 선정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프로젝트 기금을 지급한다"며 "지원
규모는 보통 프로젝트당 3만~6만달러 정도"라고 말했다.

MCNC내에 있는 노스 캐롤라이나 슈퍼 컴퓨터 센터에는 "CRAY T916"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 컴퓨터가 있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과 대학은 의료 생명공학 전자분야에서 이 컴퓨터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물의 유전자배열을 분석하는 연구가 이곳에서 시작됐다.

국립환경의료연구원(NIEHS) 환경보호국(EPA.올해 입주예정) 화학산업협회
섬유산업협회 등이 이곳에 있는 것도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소들에는
유리한 조건이다.

그렇다고 이곳이 연구만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수한 기술을 상품화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벤처기업들도 많다.

지난 94년 랄리의 한 아파트에서 두 명의 프로그래머와 함께 리눅스
전문회사인 "레드 햇"을 설립한 마크 어윙은 지난해 초 주식을 공개해
13억달러를 벌었다.

지난해 8월 미국의 "엘리릴리"라는 제약회사에 팔린 스핑크스사도
이곳에서는 상당한 화제를 뿌렸다.

이 회사는 노스 캐롤라이나 바이오센터에서 연구비를 받은 듀크대 팀이
효율적인 진단 테스트 기술을 개발해 지난 92년 창업한 회사다.

또 RTP에 있는 갤럭소가 자금을 댔다.

종업원 수십명의 이 회사는 작년에 7천6백만달러에 팔렸다.

최근에는 스핑크스처럼 산학협동의 연구를 통해 설립된 젠손, 프로테인
딜리버 등 중소 바이오 회사들이 1천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해 창업 붐을 일으키고 있다.

RTP가 노스 캐롤라이나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면서 지난 90년부터 RTP 주변의
13개 카운티가 본격적으로 지역개발 마케팅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성된 것이 "리서치 트라이앵글 지역 파트너쉽"(RTRP) 이다.

이들은 최근 "선택의 지역(the Region of Choice)"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업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누네일리 실장은 "남아있는 1백70만평에 기업들이 입주를 끝내면 더 이상
RTP를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8백50만평의 땅위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최고의 연구 기업단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노스캐롤라이나 = 이학영.김태완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