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이가 잡혀서 마음이 섭섭한 거지들만 보아라. 그래 너희 거지들은
살인죄보다 뇌물죄가 더 무겁다 이거지. 그래 우리 같이 잘난 집털면 대도
이고 없는 집 털면 소도냐. 사회질서가 거지들에 의해서 박살나는 소리가
들리는 구만. 있는 분에게 화염병을 던지고 살인강도에게 어설픈 동정심을
던지는 구나. 나 이민 갈란다. 무서워서"

어제 PC통신에 올린 신창원 동정론에 분개한 어느 넷티즌의 독설이다.

신창원의 일기를 즉시 공개하고, 신창원에게 도둑맞은 부자집 주인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넷티즌은 부지기수다.

갈수록 조직화되고 거대해지기만 하는 사회체제에 비해 위축돼 가기만하는
소시민들이 자기들 대신 영화에 나와 권력과 사회통념에 맞서 보여주는 살인
강도의 일탈행위는 대리만족을 줄 수도 있다.

그것은 현대 소시민의 보편적 정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영화의 주인공을 "네거티브 스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영화속 이야기일 뿐이다.

83년 검거된 대도 조세형, 88년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유행어를 낳은
탈주범 지강현 일당, 주먹계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 등은 소설이나 영화
TV드라마의 주인공이 돼 한때 청소년들의 네거티브 스타가 되기도 했던
범죄자들이다.

우연히 권력층의 집을 턴 조세형을 여론이 대도로 만들었던 것처럼 그밖의
범죄자를 스타로 만든 것도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여론이었다.

연초에 어느 도지사관사에서 거액의 달러를 훔쳤다는 도둑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냈던 것도 그렇다.

그때마다 단순히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려는 동기에서 TV가 보여준 활약은
놀라웠다.

신창원을 100m를 12초에 달리는 등 만능운동선수라는둥 머리가 좋다는둥,
오뚝한 코에 다부진 모습 등으로 미화해 표현한 요즘 신문들도 마찬가지다.

신창원 동정론이 다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중에는 이처럼 여론매체의
영향도 크다.

국민들은 아마 지금 "신고 안할테니 이름밝히지 말자"고 약속하고 신창원에
게 거액을 준 부자의 정체를 더 궁금해 할 것이 뻔하다.

어찌됐는 강도행위가 정치논쟁의 주요이슈로 발전하고 살인강도를 영화가
아닌 현실속에서 그 이상으로 평가하는 사회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병든
사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