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의 물결속에 "팝 아트"라는 장르를 개척한 앤디 워홀,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잭슨 폴록.

20세기 세계 화단을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태두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시작은 미미했다.

처음에는 한낱 "재주는 있지만 이름없는" 화가에 불과했다.

무명이었던 이들을 일약 세계적 화가로 키운 것은 바로 "아트딜러"(Art
Dealer)라는 후견인들이다.

워홀은 레오카스텔리, 폴록은 페기 구겐하임이라는 전설적인 아트딜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화단의 스타로 떠오를 수 있었다.

이처럼 유명한 화가 뒤에는 어김없이 아트딜러들이 자리하고 있다.

바닷가 모래알처럼 수많은 화가중에서 진주를 발굴해 키우는 사람들.

화가와 함께 공생공사하며 작품에 상업적 가치를 부여하는 인간들.

아트딜러들의 진면목이다.

아트딜러가 있어 화가는 양날개를 펼치고 날수 있게 된다.

갤러리 아미의 김영석(43) 사장은 국내 대표적 아트딜러로 꼽힌다.

그의 꿈은 "한국의 피카소"를 키워내는 것이다.

"피카소는 떠난지 오래지만 지금도 세계에서 백만명 이상이 피카소 덕분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피카소의 유품 및 관련 행사, 상품 등으로 백만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예술작품은 1백% 국산 완제품을 고가로 수출할 수 있는 대표적
고부가가치 상품이라고 강조한다.

김 사장이 유망한 신예화가를 발굴하는데 온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같은 미술계 불황속에도 "잘 키운 화가 한명이 대기업 오너보다 낫다"
는 그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

화가를 발굴할 때 지나칠 만큼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도 화가의 성공이
곧 아트딜러의 성공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화가를 발굴하기 전 보통 3년정도 "점찍은" 화가를 세심히 관찰한다.

그가 화가를 판단하는 첫째 기준은 인간성이다.

예술가이기 전에 인간 됨됨이가 되야만 대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나름대로 쌓은 관상실력까지 동원하면서 화가를 평한다.

창작 능력은 화가 발굴의 기본 잣대다.

좋은 작품을 얼마나 많이 만들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작품을 되도록 많이 중개해야 하는 아트딜러로서는 화가의 다작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가 키운 대표적인 화가가 바로 고영일씨이다.

고씨는 유럽 등 외국서 더 알아주는 중량급 화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씨의 작품은 바젤 쾰른 등 세계적 아트 페어(미술품시장)에서도 고가로
팔릴 정도다.

"국내 예술작품은 아직도 가격에 거품이 많아 수출에 애로가 많아요"

그가 여타 국내 아트딜러들과는 달리 "가격 정찰제"를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작품 가격을 책정할때부터 아예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다.

가격 거품이 빠져야만 외국의 아트딜러들도 국내 작품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95년 국내 처음으로 국제 아트 페어인 마니프(MANIF)를 열었다.

우리 미술작품을 세계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제 아트페어의 국내 개최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현재 마니프조직위원회 대표로도 활약중이다.

95년 이후 매년 열리는 마니프를 통해 일궈낸 성과중 하나가 가격정찰제의
확산이다.

마니프에 전시되는 모든 작품은 예외없이 정찰제로 판매하게 했던 것.

당시로서는 한국화랑협회로부터 제재를 받을 정도로 혁명적인 시도였다.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딜러지만 그는 소문난 춤꾼 출신이다.

10년간 무형문화재 "강령탈춤" 이수자로 활약했다.

강령탈춤을 소개한 탈춤 전문서인 "탈"을 직접 쓸 정도였다.

그러던 그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순전히 화랑을 경영하던 친구 권유
때문이었다.

"내가 발굴해 육성한 화가의 작품을 외국에 수출하는데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김 사장은 아트딜러야말로 "문화수출의 선봉장"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한다.

< 류성 기자 st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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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부 "눈이 보배인 감각의 고수들" 글실은 순서 ]

1.총론
2.보석감정사
3.조경사
4.문화재 감정 전문가
5.아트 딜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