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재 < 충남대 언어학과교수. 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식보라는 말이 있다.

먹는 음식자체로 몸을 보한다는 말이다.

의성 히포크라테스는 우리가 일상 음용하는 식품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없다라고 했다.

그 옛날 했던 말이니 지금 이 시대에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는 여러 의학자들
과학자들이 평가할 몫이겠으나 한번쯤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음에
틀림없다.

인체에는 본래부터 자연치유의 능력이 있으므로, 심한 질병이 아니라면
스스로 체력을 보강시키며 식보를 적절히 하면 인위적 치료를 하지 않고도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자연치유의 능력이 화타나 편작 등의 신의보다 낫다는 말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외부의 힘을 빈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인체의 면역기능을
강화시켜 이루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한방보약은 우리 인체의 음양 조절에 관여하고, 생명현상의 기능을 충실케
하여 병을 예방하는데 주안점을 둔 약재들로 처방된다.

본초(약재)중 높은 등급에 속하는 재료를 써서 개개인의 체질과 병에
알맞도록 처방한다.

이 과정에서 약재들의 오행배합은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

목, 화, 토, 금, 수 오행이 조화롭게 배합된 복합처방이라야만 별 부작용이
없이 인체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양오행은 우리 인체의 오장육부에 배속된다.

예를 들어 위장과 비장은 토에 속하고 신장과 방광은 수가 관장한다.

간과 담(쓸개)은 목으로 상징된다.

이들 오행 사이의 상생과 상극 작용은 오장육부의 기능을 자연적으로
조절하여 그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각종 매스컴에서 그동안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왔다.

약재의 유통과정에 문제점이 있다.

혹은 중국에서 수입한 약재들이 농약에 오염되어 있다.

잠깐 과거로 돌아가보자.

우리 흙으로 빚은 약탕기에 고운 한지를 씌워 부채질하며 끓여냈던 정성의
산물이 보약이었다.

지금은 약재와 관련해서도 말이 많고, 바쁜 세상에 일초라도 아끼기 위하여
대량으로 제조한 보약을 비닐류의 팩에 넣어 인스턴트화해서 먹고 있다.

여기에 정성이 얼마만큼 들어 있을 지는 의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