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금융공황의 폭풍우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러시아는 외환거래가 이틀째 전면중단되고 물가와 환율
이 폭등하는 등 경제가 마비상태에 빠졌으며, 전세계 증시는 이머징마켓으로
불리는 제3세계는 물론 선진국까지 모두 동반 폭락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
주가는 어제도 폭락해 12년만에 최저치인 1만3천9백15.63엔까지 떨어졌으며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도 사상 세번째 큰 폭인 3백57.36포인트나 폭락했다.

세계경제가 대공황이라는 최악의 파국을 피하려면 지금 당장 사태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경제위기 당사국들이 문제해결을
위한 자체노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순서다. 여기에는 부실금융기관 및 기업의
과감한 구조조정, 실업대책, 임금삭감, 금리 및 환율안정방안 등이 망라된다.
특히 국민들이 일치단결해 고통분담을 하도록 설득하고 이해갈등을 원만히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지도력 발휘가 필수적이다.

그래도 힘들면 선진7개국(G7)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자금지원 및 정책
조율이 동원돼야 할 것이다. 특히 세계경제와 아시아경제를 각각 주도하는
미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우선 자금여력이 거의 바닥난
국제통화기금(IMF)의 증자를 서둘러야 하겠다. IMF증자를 반대하는 미의회내
일부 고립주의적인 움직임은 상황을 악화시킬뿐 문제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은 재정적자를 확대시켜 내수경기를 부양하고 부실금융기관을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렇게 해 더이상의 엔화약세를 막아야만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압력을 줄이고 아시아 각국의 수출활성화 및 차질없는
외채상환을 기대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엔화강세와 달러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미국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채매입으로 몰려드는
국제자본때문에 이미 장단기금리가 역전된 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보다는 차라리 취약한 국제금융시스템을 시도 때도 없이 흔들어대는
국제투기자본의 이동을 규제하기 위해 토빈세를 부과하고 준고정환율제로
이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각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 그리고 중남미 등은 외환통제를 강화하고
자본도피를 단속하는 일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이미 투기적인 달러매입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하는 등 외화
유출 방지대책에 좀더 신경써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주력시장인 제3세계가 침체되면 내수에 이어 수출마저 감소해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흐지부지
하면 신규 외자도입이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이미 들어와있는 외자마저 빠져
나가 제2의 외환위기를 맞게 되리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