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회는 "우주와 인간을 생각하는 모임"을 줄인 말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인회는 이론 천체물리학을 공부하는 순수
아마추어 동호인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기존 천체 동호인들의 모임과는 성격이 완연히 다르다.

기존 천체모임이 관측을 위해 결성된 반면 우인회는 천체물리학 이론에
대한 연구를 위주로 하면서 필요에 따라 관측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우주는 어디에서 시작됐으며 그 끝은 어디인가.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광활한 우주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등등 우인회가 탐구하는 영역은 과학에서부터 철학, 종교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우주탄생론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빅뱅이론에서부터 인플레이션이론,
"끈이론", 그리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대통일이론 등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수학부터 생물학에 이르는 기초원리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모임 자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회원들이 한달 한번 열리는 모임을 학수고대하는 것은 이 모임을
통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 곧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어느정도 해답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때문일 것이다.

캐플러 토플러법칙을 이해하기 위해 고등학교 과학교과서를 다시 꺼내들고
화석이 왜 화강암에서 주로 발견되는지 알기위해 지리교과서를 펴는 등 실로
웃지 못할 장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모두들 우주와 인간을 이해하려는
열의만큼은 대단하다.

다행이라면 이 모임이 멀티미디어 교육정보를 다루는 솔빛가족들로
이뤄졌기 때문에 자체 제작한 우주백과나 과학 CD롬타이틀을 활용, 보다
생동감있게 모임을 끌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접속, 미국 우주항공국의 홈페이지나 유명대학의 과학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

우주 암흑물질에서부터 인간 유전자 게놈에 이르기까지 광활하고도 미세한
모든 세계가 우인회의 아마추어를 통해 다시 조명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으로도 이 모임은 그저 즐거울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