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기획부가 발표한 북한직파 부부간첩 사건은 안보의식이 흐려지고
있는 우리사회에 또 하나의 경종을 울려준 것이다.

지난 7월말 공작선을 타고 해안으로 침투한 부부간첩이 체포되면서 드러난
고정간첩의 암약상은 충격적이다.

고정간첩으로 체포된자 중에는 지난 61년부터 36년간 간첩활동을 한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저명한 사회학자가 포함돼 있다.

보수 우익교수로 위장한 엘리트 지식인 간첩은 우리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고정간첩인 서울지하철공사 한 간부는 유사시 지하철을 마비시킬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단국대 교수로 재직중 검거된 외국인 위장간접 깐수(정수일)는
남한에는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고정간접이 암약하고 있다고 진술한바 있다.

이는 우리사회가 안보의식이 흐려지고 있는 가운데 밑바닥을 뒤흔드는 일이
어디에선가 진행되고 있다는걸 말해주는 것이고, 이번 간첩사건은 그걸
확인해준 것이다.

직파된 부부간첩은 이미 포섭된 고정간첩을 접선,독려하고 새 포섭대상자를
물색, 남한내 엘리트계층을 대거 포섭해서 조직화할 계획을 세우고
1천5백여명의 포섭대상자를 선별, 개인별 신원분석까지 마쳤다는 것이다.

안기부에 따르면 검거된 서울대 명예교수는 "나의 제자중 절반은 자생적
사회주의 사상을 갖고 있으며 각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로 기막히고 두려운 일이 아닐수 없다.

지난 2월 발생했던 북한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인 귀순자 이한영씨
피격사망 사건도 사건발생 1개월전 남파된 북한 특수공작조의 소행이었고,
그들은 북한귀환후 영웅칭호를 받고 재남파를 위해 성형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간첩사건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고 있는가.

우선 북한의 대남공작은 어떤시기,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되고 있다는걸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이데올로기 전쟁이 끝났기 때문에 북한도 변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는 어리석은 일이 아닐수 없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숱한 북한의 도발을 경험해왔고 간첩사건 역시
헤아릴수 없이 발표됐다.

그런 가운데 간첩사건을 보고도 혹시 조작되거나 국민을 긴장시키려고
하는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는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건 바로 우리의 안보의식이 흐려진 증거다.

국가안보, 더욱이 분단국의 국가안보는 어떤것보다 우선돼야 하는
국가과제다.

평화유지는 이를 지킬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의 해안선 경계망에 허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해안경계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해도 한치의 허점도 허용돼서는
안되는게 국가안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북한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또 어떤 지역 어떤 분야로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침투하거나 도발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

우리 스스로가 결속하고 안보는 물론 경제문제를 제대로 풀어가는 노력이
펼쳐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흔들리면 북의 도발은 더욱 기승을 부릴건 뻔한 일이
아닌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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