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혼"이란 띠를 두른 젊은이들.

일본혼을 바탕으로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 내자고 목이 터져라 외쳐댄다.

축구대표단의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1만 관람객들의 물결.

이들은 파란색 풍선에 바람을 넣어 파란 하늘에 날렸다.

승리를 기원하면서.

지난 1일 올림픽주경기장.

한반도 한복판은 98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예선 A조에서 맞붙은 한.일전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레드데블스(붉은 악마.Red Devils)에 맞서 일본쪽 분위기를 리드하는 것은
단연 "울트라 닛폰".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등 유럽축구계의 열광 팬들을 가리키는 "울트라스"
에서 따온 일본식 열성팬들이다.

이들은 지난 93년 레드 데블스가 처음 출현하기 훨씬 전부터 일본 축구붐을
리드해 온 주인공들. 그러나 레드 데블스와는 태생이 약간 다르다.

레드 데블스가 PC통신망을 매개로 축구팬들이 모여 자체적으로 조직한
팬클럽이라면 울트라 닛폰은 축구용품을 판매하는 "사커 숍(Soccer Shop)"
운영업자들이 중심이 돼 결성됐다.

따라서 아마추어적 열정보다는 다소 상업적인 냄새가 짙다는게 국내 레드
데블스 관계자의 평이다.

또 울트라 닛폰이 열렬한 박수와 열광을 보내는데는 스포츠에 대한 단순한
열정보다는 일본 축구스타들의 쇼맨십에 대한 우상심리도 적지 않게 작용
한다는 평도 있다.

쇼프로그램에 나와 가라오케를 멋드러지게 불러대는 미우라나 토크쇼에서
구성진 말솜씨로 일본팬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로페스등이 일본 10~20대
소녀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우상들이다.

또 갈기머리를 흩날리는 1백70cm 단신의 일본 토종 축구스타 기타자와도
인기세를 부채질 하고 있는 월드컵스타.

한국보다 수백배나 되는 축구팀을 갖고 있는 일본.

이들을 뒤에서 응원하는 울트라 닛폰.

일부에서는 일본이 한국 축구를 따라 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