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예년과 달랐다.

극심한 불황으로 귀성객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못했고, 따라서 긴
연휴가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진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며칠전 대한상의가 기업자금담당자 4백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9%가 "금융시장이 불안하다"고 답했고 60%이상이
외환위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은행이 17일 조사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3.4분기에 이어
4.4분기에도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경제가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갈 것인가, 시장기능에 맡기면 모든게
잘 풀릴 것인가에 대해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추석이후에는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시작될게 틀림없다.

국회가 열리고 국정감사에 이어 예산심의가 이뤄지겠지만 민생보다 대선에
비중이 더 두어질게 뻔하다.

그런 과정에서 정부정책도 여당의 선심공세 등 정치풍향에 따라 크게
흔들릴 가능성마저 높다.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해 보면 경제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정부가 앞장서 새로운 마음으로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부도유예기간이 끝나가는 기아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보다 분명한 정부의 입장이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

물론 정부는 채권은행단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겠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기아그룹 협력업체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를 과연 이대로
방치해도 좋은지 정책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기아해법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할 일은 물가불안이다.

이번 추석에 시장물가를 체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절실하게 느껴지는
과제다.

더구나 앞으로의 대선과정에서 개인서비스요금의 상승 등이 되풀이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이밖에도 극심한 취업난과 국제수지 방어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가장
효율적인 대응이 어떤 것인가를 새롭게 조명해보고 구체적인 대응안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상충되는 정책목표와 국내외 환경변화 등으로 명쾌한 답을 얻기는
쉽지 않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업의욕을 북돋우고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일이다.

여기에는 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일도 포함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내년부터 현물출자에 의한 기업분할에 대해 법인세 및
특별부가세의 이월과세를 실시하는 등의 지원조치를 시행키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상법개정 등 보다 근본적인 지원방안 등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추석연휴가 끝난 이 시점에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민생현안 해결과
경제살리기에 보다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하고 그것이 표를 모으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