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는 살아있는 재료다"

지난 3월까지 빈사상태에서 허덕이던 증시를 이끌어왔던 M&A에 대한
증권업계의 평가는 한마디로 이렇다.

한번 휘몰아치다 잠잠해지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재부상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때로는 종목을 바꿔서 바람을 일으킨다.

증시가 탈진현상을 보일 때마다 시원한 냉수역할을 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M&A관련주들은 약세장에서도 높은 가격상승을 기록, 군계일학의
자태를 뽐냈다.

외국인들까지 가세하며 30대재벌인 대농을 긴장케 했던 미도파가 그들중
백미였다.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8천60원(21일)에 불과했으나 1년뒤인 올3월에는
4만7천5백원(6일)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 11월 동방페레그린증권 창구를 통해 외국인들이 대량 매집에
나서고 신동방이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돈 탓이다.

성원건설도 한몫해 주가가 순식간에 6배 가까이 뛰었다.

OB맥주도 마찬가지다.

대선주조와 금복주 등 지방소주 3개사가 이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는 뜀박질을 시작했다.

지방소주사들이 장부열람청구를 위해 법원에 제소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면서는 6만8천9백원(96년12월12일)까지 치솟았다.

3년연속 대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이성적"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2대주주가 10대재벌과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는 한화종금도 M&A의 급류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3월28일 9천1백원에 지나지 않았던 주가는 12월17일에 4만1천5백원
으로 4.6배나 치솟았다.

종금으로 전환되기전인 투금시절 만년 업계꼴찌였던 한화종금(전 삼희투자
금융)이 주가로는 업계선두로 올라서는 기록을 만들었다.

지난해 경영권이 바뀐 대륭정밀 새한종금 등 19개사의 인수일 전후 2개월
동안 주가상승률은 평균 12.4%였다.

연율로 따지면 70%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M&A재료로 주가가 이상 급등했던 주식들의 예는 수없이 많다.

아직도 법정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신한종금, 부산과 대구의 자존심을 걸고
대결을 벌였던 대구종금, BOA지분축소를 계기로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의
격전장이 되고 있는 한미은행...

96년은 M&A해로 기록될 정도로 M&A관련주는 내내 강한 시세를 형성하며
투자자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M&A는 4월이후에도 살아있을까.

증시가 조정을 보일 때마다 재료로서의 힘을 발휘해 시장을 떠받칠 수
있을까.

개인투자자는 물론 증권전문가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대목이다.

결론은 제한적이나마 희망적이다.

"재료로서의 힘은 발휘할 것이지만 열화와 같은 호응을 받기는 힘들 것"
(박병문 LG증권 투자전략팀장)이라는 설명이다.

사정은 이렇다.

M&A관련제도가 4월부터 크게 바뀌었다.

그동안 M&A를 가로막았던 10%룰(증권거래법 200조)이 폐지됐다.

기존 대주주가 아니더라도 상장법인 주식을 10%이상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외견상 M&A가 활성화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M&A의 발목을 강하게 잡는 새로운 제도가 신설됐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그것이다.

누구든지 지분율 25%를 넘게 취득, 경영권을 획득하려면 의무적으로
50%+1주를 공개매수청약해야 한다.

그만큼 M&A를 통해 경영권을 잡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재료로서의 M&A 파워가 약화될 것이라는 근거도 바로 이것이다.

M&A가 요원의 불처럼 번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는 어쩔 수 없는 필요성에 따라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재료로서의 생명력도 가질 것이라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충식 동원경제연구소 증권경제실장은 "국내외 경쟁에 직면한 기업들이
경영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M&A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은행 증권 보험 종금 등 금융주다.

현재 대통령 직속으로 활동중인 금융개혁위원회가 4월중 금융산업 개편
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으로 있어 조만간 변화의 회오리가 불어닥칠 것이다.

한보.삼미그룹의 부도풍랑을 겪으면서 부실채권규모와 위기관리능력
등에서 금융기관간 우열이 명확해지고 있다.

우량은행과 부실은행, 수수료율이 자유화될 경우 수익이 늘어날 증권사와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질 증권사, 5대재벌의 생명보험 진출허용과 생.손보
업무영역 철폐에 따라 통폐합 대상에 오를 손해보험사 등.

올해 M&A의 진원지는 바로 금융권이라는 말이 그다지 과장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전자 정보통신과 민방 케이블TV 등 신사업 분야도 M&A의 주된 대상이다.

대기업들이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사업구조재조정 작업을 벌이면서 새로
회사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회사를 인수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M&A를 통할 경우 인력조정 등에서 불리한 면이 있으나 회사를 새로
만드는데 따르는 여러가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는 신약개발과 관련된 제약주와 생명공학과 관련된 회사들도
포함된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거나 1,2대주주간 지분율차가 적어 지분율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기업도 대상이다.

창업자가 은퇴할 경우엔 형제간 상속을 둘러싼 M&A도 관심을 끌 것이며
공익재단 지분율이 높은 기업도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다.

세법개정으로 5%이상 주식을 향후 3년간 처분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A관련주식에 투자할 때는 조심해야 할 사항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M&A가능성을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루머에 따라 우왕좌왕하다간 큰 손실을 입을 공산이 크다.

종금주들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나라 경수 울산 아세아 등 종금주들은 거의 대부분이 M&A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M&A가 이뤄졌거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던 곳은 한화 대구
항도 새한 신한종금 등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함께 M&A재료가 소멸됐을 때는 주가가 폭락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전경련의 "시위"로 신동방과 대농그룹이 "신사협정"을 맺자마자 미도파는
14일(거래일기준)연속 하한가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폭락했다.

OB맥주 한화종금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M&A가 이뤄지더라도 지분경쟁이 치열하지 않거나 합병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힘들 경우엔 주가가 떨어지는 사례도 많았다.

대륭정밀의 경우 인수일(96년8월14일)전후 2개월동안 주가가 14.6%나
하락했다.

산업은행에서 거평으로 주인이 바뀐 새한종금도 31.2%나 폭락했다.

M&A관련주는 잘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만 잘못하면 본전마저 날릴
정도로 위험하다.

4월부터는 강화된 M&A재료로 인해 은밀하게 추진될 가능성도 높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신중함이 M&A투자에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