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 M&A는 총 2만2천건이었으며 금액으로는 1조1천4백억달러로
사상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다.

가위 M&A시대라 할만하다.

미국의 지난해 M&A금액은 6천5백90억달러로 95년의 5천1백90억달러에
비해 27%증가했다. (증권데이터)

유럽에서도 지난해 M&A규모가 3천74억달러에 달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95년보다 11% 늘었다. (JP모건)

일본정부는 96회계연도(3월말까지) M&A건수가 8백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20%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최소한 1천건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각국정부가 M&A를 사업구조조정이란 시각에서 관대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M&A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M&A가 쉽게 성사될 수 있도록 M&A로 인한 주식교환시 세금을
면제하는 세법을 지난해말 입법예고해 오는 6월부터 시행한다.

과거에는 합병으로 취득한 주식을 2년간 보유해야 자본이득세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일본도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기준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합병에 따른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점유율이 25%이상이 될 경우 중점
심사하던 독점금지법의 조항을 98년 하반기부터 폐지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합병사전신고 의무대상을 자산규모 1백억엔 이상으로 완화키로
했다.

유럽에서도 통화통합이 추진되는 등 유럽시장통합이 가속화되고 있어
M&A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선진국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어 기업들의 자금력이 풍부해진
점도 M&A를 촉발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M&A의 주요특징은 대형화와 무국경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스위스제약회사인 산도스가 시바가이기사를 사상최대규모인
3백1억달러에 인수한데서 보듯 대형화의 경향은 뚜렷하다.

또 미국에서는 통신사인 벨 애틀랜틱이 나이넥스를 2백13억달러에 사는
등 지난 한햇동안 1백억달러가 넘는 초대형 M&A가 7건에 달했다.

일본에서도 "새턴"으로 유명한 게임기업체인 세가엔터프라이즈와 최대
완구업체인 반다이가 합병을 선언해 업계에 충격을 줬다.

국적을 가리지 않는 기업사냥도 최근 M&A의 경향이다.

도쿄에 자리잡은 독일의 경제조사연구 및 자문회사인 KPMG 코퍼레이트
파이낸스는 지난해 일본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M&A규모가 3천40억엔
(2조1천8백억원)으로 95년 7백20억엔의 5배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일본정부는 또 미국 포드가 마쓰다자동차의 지분 33.3%를 5백29억엔에
매입,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전략산업에도 외국인의 접근을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도 미국의 장거리통신시장에 눈독을 들이다
지난해 MCI(미)를 2백13억달러에 인수했다.

또 세계 2위의 고용알선업체인 에코(프랑스)는 지난해 업계라이벌인
스위스의 아디아와 국경을 넘어 합병, 최대의 고용알선업체로 부상하기도
했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체의 합병물결이 정보통신 국방 제약 등 첨단미래산업
군으로 확산되고 있다.

2년여전 미국 체이스맨해튼은행과 케미컬은행이 1백억달러규모의 합병을
단행했으며 지난해는 웰스파고은행이 라이벌인 로스앤젤레스의 퍼스트인터
스테이트은행을 1백42억달러에 인수했다.

금융업합병바람은 일본으로 상륙해 지난해 강력한 영업기반의 미쓰비시
은행과 외환전문인 도쿄은행이 합병해 싯가총액기준으로 세계최대규모인
"도쿄미쓰비시은행"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의 5대합병(금액기준)이 전부 통신과 제약업종에서 일어나는
등 미래산업위주의 합병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통신업종의 합병은 기업들마다 독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던 시절에는
어려웠지만 최근 컴퓨터와 통신관련기술이 개방되면서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해 벨 애틀랜틱-나이넥스, 브리티시 텔레콤-MCI, SBS커뮤니케이션-
퍼시픽텔레시스, 월드커뮤니케이션-MFS커뮤니케이션, US웨스트미디어그룹-
컨티넨털케이블TV 등의 합병이 통신업종의 대표적인 사례다.

제약업종에서도 지난해 산도스-시바가이기가 사상 최대규모의 합병을
성사시켰으며 95년에는 영국 최대제약업체인 글락소가 웰컴을 1백50억달러에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글락소는 이 합병으로 미국의 머크를 제치고 세계최대의 제약회사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제약업종의 특성상 신약개발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기 때문에
합병을 통한 활로모색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디즈니와 ABC캐피털시티스, 타임워너와 터너 브로드캐스팅의 합병에서
보듯 오락미디어업계도 주요 M&A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업종의 변화와 함께 최근 M&A의 경향은 적대적 M&A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구조조정이 주목적이어서 미국의 경우 지난해
적대적 M&A의 비율이 5%에 불과했다.

이는 88년의 33%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다.

< 백광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