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금융대란설"을 뒷받침 하듯 금융.외환.증권시장이 갑자기 심한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한보부도사태후 "경제운영부재"상태가 두달넘게 지속되고 있는데다
특히 최근에는 삼미부도와 한보의혹 재조사로 금융권이 얼어붙으면서
금융불안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25일 주재한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경제살리기를 국정의
최우선순위에 놓고 그 핵심과제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강조한 것은 이같은
위기감의 확산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된다.

김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한보사건에 이은 삼미계열사의 법정관리신청
등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금융.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최근의 금융시장상황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보재수사와 원화값 하락에 따른 통화긴축우려로 3년만기 회사채의
유통수익률이 1년반만의 최고수준인 13%대로 올라섰고 주가는 연중
최저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또 미국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25일현재 8백87.30원까지 치솟아
10년9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업.금융기관 자기책임론"이 강조되면서 금융기관의
대출기피현상이 일반화돼 충분히 자생력이 있으면서도 "위기기업
블랙리스트"에 올라 부도가 나거나 부도위기를 겪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국내금융기관의 창구가 얼어붙자 기업들은 해외 현지조달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대외신용도 저하에 따른 대출기피와 추가금리부담으로
이마저 여의치 못한 실정이다.

지난 24일에는 8개 시중은행장들이 이례적으로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중소기업 등에 대해 대출을 늘려 자금난을 완화하고 해외신용도
회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금융대란설 해소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기관의 몸사리기는 곧바로 기업자금 가수요 심화와 이에 따른
실세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금리가 오르게 되면 결국 자금을 풀어 금리를
잡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이 우리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게될지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물론 대규모 부실대출이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에 무조건 대출을 늘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단기 보수적인 자금운용자세로는 경제살리기에서
금융권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통화당국 역시 "총통화증가율이 20%를 넘을 정도로 시중에 풀린 돈이
많다"며 치솟는 금리를 구경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금리안정과 함께 자금의 원활한 순환을 책임지는 신축성 있는 통화관리가
아쉽다.

김대통령은 오는 31일 경제장관회의도 직접 주재, 경제살리기의 구체적
시책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김대통령의 금융시장 안정화 의지가 말로만이 아니라 즉각
실천으로 옮겨져 빠른 시일내에 악몽과도 같은 금융대란설이 말끔히
해소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