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조차 불투명하던 여-야 영수회담이 불현듯 21일 조기개최로 발표되자
단선궤도를 마주 질주하던 두 기관차가 급제동의 기적을 울린듯 안도의
소리가 들린다.

이르지만 노동법 변칙처리후 4주가 되도록 끝이 안보였던 노-정간
공방, 뭣보다 파국경제에 숨통을 죈 파업의 수습에 돌파구가 되리라는
내외의 반응이다.

물론 예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 대통령의 종교계지도자 연쇄접촉 개시와 함께 민노총의
수요파업 선회가 선언되면서 대화분위기는 익어 왔다.

주말의 대통령 방일 일정도 영수회담에 하나의 촉진제 구실을 했다.

발표 직후 벌써 여-야영수의 극적 대좌가 누구의 공이냐로 주장이
분분하지만 이런 기류는 언제나처럼 이롭지 않다.

이 시점서 영수대좌 이외 대안이 없다는데 이의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각 당사자가 가슴을 열고 대안을 내놓는 것이 전제다.

서로 남의 잘못 따지기에 급급하면 영수회담인들 별 뾰족한 수가 있을리
없다.

노동법 개정논의가 시작된 지난해 상반이후 정부안이 국회에 상정되기
까지 충분한 시간에 여-야는 나는 아니라고 말할수 없이 똑같이 잘못을
저질렀음을 국민앞에 시인하고 나서 영수회담 이후의 과정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쟁악화, 사회 경제혼란만 가중된다.

첫째 새삼스럽지만 노동법개정 필요성부터 다시 확인, 최대공배수인
국민적 공감을 만들어내야 한다.

흔히 40여년전 만든 법이라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맥없는 논리는
한가롭다.

우승열패의 새 세계무역체제속에 산업경쟁력 고용 국가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는다.

이 점에서 지난 18일자 한국경제신문 1면등 몇 신문에 게재한 한
중소기업인의 유료광고를 한국인이면 남의 일 아닌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야
이 나라에 장래가 있다.

국외로 기업을 이전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사정등 불거진 갖가지
쟁점들이 있었지만 여기 여-야 어느 대권주자가 나서서 구국의 자세로
의견제시를 했는가.

국회에서 의장단을 감금하는 야권의 개의봉쇄 잘못은 이제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여당에선 어느 중진이 앞장서서 개정 불가피성을 원내서라도
열변했는가.

경제난이 가속 악화된 속에 6인위가 복수노조 3년연기 수정을 첨가, 결국
최대쟁점을 만들었지만 그것을 떳떳이 공론화로 이끌지 못해 은밀히
통과시킨 일이 어찌 공당, 집권당이 할수 있는 일인가.

생각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파동을 지켜보면서 노조 포함한 광의의 고하
공직자 가운데 차기대권이나 지지표 신임출세 등에 매달리지 않고 양심의
명대로 언행을 했다고 선뜻 나설 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회의에 한번쯤은
젖어 봤으라라 본다.

다시 갖기 힘든 대화다.

나라의 운명이 여기 달렸다는 충정으로 각 당사자가 자신 자파의
이해득실을 벗어난 초월적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이내 파국은 오고
국운은 쇠퇴기로 들수 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