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성패의 열쇠는 대기업이 내뻗는 필살의 촉수를 얼마나 교묘히
피하느냐, 그리고 그 촉수의 틈새를 어느정도 적절히 파고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대기업이 주는 빵조각은 마약과 같아 언제 몰락의 길로 빠져들지
알 수 없어요.

대기업이 손대지 않은 틈새시장을 찾아 발빠르게 움직일때 벤처기업으로서
성공할수 있지요"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동통신기기분야에 야심차게
뛰어든 "MTI"의 임기호사장(36).

지난해 2월8일 창업한 새내기 창업자이지만 불과 11개월만에 관련업계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무서운 신인"이다.

하지만 그는 1년여전만해도 삼성전자 통신기기사업부에 근무하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지난 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2년동안 통신기기분야의 터줏대감으로
남부러울게 없던 그였지만 조직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인생의 전환점을
스스로 찾아나섰다.

명예퇴직이라는 회오리바람이 서서히 형성되어 가던 95년말, 그는
"경직된 거대조직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수 없다"는 신념과
"35살이 되면 나만의 일을 해보겠다"는 다짐을 되새기며 12년간
모아둔 5천만원을 손에 들고 차가운 거리로 뛰쳐나왔다.

"처음엔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안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대기업이라는 온실에서 벗어나 막상 사업체를 만들려다보니
돈도 필요하고 정보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경리나 자금조달같은 기업경영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실무지식이 필요하더군요"

엔지니어인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창업한만큼 엔지니어의 속성과
업무스타일에 걸맞는 사무실 분위기를 만드는데 역점을 두었다.

출퇴근시간이나 업무시간같은 얽매인 시간개념은 물론 조직과 규율의
틀을 과감하게 없애버렸다.

아이디어와 기술로 먹고사는 엔지니어는 예술가와 같기 때문에 조직과
규율을 강요하면 자유로운 아이디어계발과 창의적인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기호" "Kris H. EEM".

그의 아이디어는 사소한 명함에서도 엿볼수 있다.

외국인 바이어를 만나 이름을 기억시키는게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이름을 쉽게 외울수 있어야 그 사람을 기억하고 쉽게 친해질수 있다"는
지론에 따라 직원들에게 영문이름을 갖도록 권장하고 있다.

임사장은 또 기존의 기업체에 존재하는 고용관계마저 깨버렸다.

그저 관심분야가 같은 젊은이들이 모여 자신의 일에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뭔가를 만들어내는 즐거움으로 만족하고 싶단다.

이러한 자유로운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개발로
이어졌고 MTI는 창업 5개월만에 정보통신부로부터 유망정보통신기업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일궈냈다.

또 지난해 12월엔 한국항공대학과 정통부가 선정한 "산.학.연 공동기술
개발사업"의 97년 신규연구과제 추진업체로 선정돼 업계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8월 개발한 "PCS(개인휴대통신) 기지국용 주파수 변환장치"는
중소업체로서는 유일하게 현대전자에 납품하고 있고 양산버전도
개발중이다.

현재 개발중인 "FLEX Pager (고속무선호출기)"는 MTI가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젝트중의 하나.

데이터전송속도(1초당 6천4백 bps)가 기존의 저속무선호출기보다
5배이상 빨라져 문자전송등 다양한 정보및 부가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다.

또 6월말께 선보일 "원격 무선호출 채널 분석기"는 무선호출기의
수신율을 중앙통제센터에서 체크하고 관리할수 있는 아이디어상품으로
이동통신서비스업체들이 관심있게 지켜보는 프로젝트다.

이외에 플렉스 호출기보다 한단계 앞선 것으로 올해 산.학.연 공동기술
개발과제로 선정된 "양방향 무선호출기"도 연말께엔 개발 완료할 예정이며
끝내 명칭을 밝히지 않은 PCS관련기기는 특허출원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벤처기업으로서 산뜻한 창업원년을 보낸 임사장은 올해
매출액을 30억원으로 잡았다.

정보통신업계만큼 프로젝트 하나만 성공하면 수백억원까지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분야도 없다는 그는 "일은 일단 저질러
놓고 봐야하고, 망하는 것도 젊어서 망해 봐야한다"고 강조한다.

< 정한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