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1년이면 끝이지만 정부관리들은 영원하다"

최근 업계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금융개혁위원회에 참여를 요청받은 사람들이 이를 고사하는 배경에는 이런
생각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재정경제원 관리들이 드러내놓고 "금융 빅뱅은 없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관리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이런 생각을
갖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금융 빅뱅은 일부의 머릿속에서만 뱅뱅 맴돌다가 물건너가게 됐다"
는 지적도 그럴듯하게 나돌고 있다.

과연 금융개혁위원회는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 것인가.

이에 대해 대부분 관계자들은 "그래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비록 금개위가 <>설립과정의 졸속 <>활동기간의 제한 <>추진력의 의문 등
태생적 한계를 갖고 출발했다고 하지만 설립취지가 타당한 만큼 어쨌든
그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흔히들 예상하는 1~2%포인트 수준의 금리인하와 일부 여신전문기관의
통폐합 등에서 끝내지 말고 <>금융기관의 소유구조 <>합병을 포함한 금융산업
의 재편 <>중앙은행의 독립과 감독기구 개편 등 금융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굵직한 사안에 대해서도 뚜렷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사안이 바로 중앙은행 독립이다.

중앙은행 독립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꾸준한 논의가 진행돼 왔다.

지난 91년 대통령 선거때는 선거에 나섰던 세후보가 모두 한은독립을 공약
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는 국민회의 의원들이 한은법 개정안을 제출, 공론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논의만 무성했을뿐 결론은 없었다.

그만큼 한은 독립문제는 정치적 이해까지 가세된 뜨거운 감자였다.

그렇지만 금융개혁의 출발점이라 귀착점이 한은 독립문제라는 것은 재료의
여지가 없다.

분명하다.

금융개혁의 의미가 금융의 시장기능을 찾아줘 금융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란 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특히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뉴질랜드 칠레 필리핀 파키스탄 등도 앞장서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등으로 금리및
환율이 변동폭이 커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보장되는건
당연하다.

그래야만 금융시장이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금융
산업화"가 촉진되며 그 결과로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금융기관이 변신할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앙은행의 독립문제가 아무런 "의도"가 개재되지 않은채 다뤄질수
있느냐다.

"한은이 독립을 원하다면 좋다.

그 대신 은행감독원을 분리하겠다"(재경원)는 논리나 "은행감독원을 보유한
채 한은의 독립을 추진해야 한다"(한은)는 주장 모두 "기득권 수호"라는
의도를 깔고 있다.

따라서 금융개혁위원회의 성패여부는 과연 한은 독립을 포함한 본질적인
문제까지 다룰수 있느냐, 그리고 그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확실한 결론을
내릴수 있느냐에 따라 가름될건 분명하다.

만일 금융개혁위원회가 태생적 한계를 인정한채 현 정부의 "마지막
치적위원회"에 만족하고 만다면 중앙은행 독립을 포함한 금융개혁도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