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미약품 인수에 실패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한미약품 인수 실패를 교훈 삼아 바이오·제약 투자에 정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14일 서울 중국 소공동 OCI빌딩에서 열린 OCI홀딩스 출범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다. 이 회장은 "한미약품 인수를 섣부르게 준비하다 호되게 당했으니, 앞으로는 철저히 준비해서 투자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약품 인수 실패 교훈으로 삼을 것"

이날 이 회장은 한미약품 인수를 실패한 원인으로 '준비 부족'을 꼽았다. 한미약품 주주들의 반대를 예상치 못하고 섣부르게 접근했다는 설명이다. OCI 홀딩스는 지난 1월 한미약품을 인수하려 했지만,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밀리며 통합이 무산된 바 있다.

이 회장은 "처음 한미약품을 인수할 때는 OCI와의 시너지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 때문에 기존 주주들이 격렬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인수 실패 원인을 계속 성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른 투자를 할 때 기존 주주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현재 새로운 바이오 투자처로 눈여겨보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이미 3개월 전부터 미국 제약사들을 검토하는 중이었다. 이날 오전 귀국하기 전에도 이 회장은 미국 제약사 투자 건을 검토했다. 이 회장은 "조 단위 규모의 투자가 될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를 위해 컨소시엄을 꾸려서 해당 제약사의 이사진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로 사업 영토를 확대한 이 회장은 동남아시아에서도 바이오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현금 유동성 문제로 인해 미국 바이오 투자와 동시에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 대상으로 고려한 기업의 시가총액이 약 5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동남아시아 제약사는 지분을 인수하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식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해외 바이오 기업에 눈을 돌린 이유는 영업이익률 때문이다. 이 회장은 국내 제약시장이 과잉 경쟁으로 인해 마진율이 낮다고 판단했다. 그는 "약값에 대한 규제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해외에 비해 낮은 편이다"라며 "한국에서 성장하는 기업보다 해외에서 재무 상태가 견조한 기업에 투자하는 편이 더 좋다고 본다"고 했다.

OCI 태양광 사업도 확대

이 회장은 이날 OCI가 운영하는 사업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OCI 홀딩스의 주력사업인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설명이다.

OCI 홀딩스는 지난달 말레이시아에 최대 2조원을 들여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기지를 구축할 방침을 밝혔다. 2027년까지 8500억원을 투입해 현지 회사인 OCIM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연 3만5000t에서 5만6600t으로 늘리기로 했다. OCI는 이와 별도로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 회장은 "2005년 세계 태양광 발전 용량은 0.5기가와트(GW)에 불과했지만 2030년에는 1000GW로 성장할 전망이다"라며 "25년 만에 2000배 커지는 시장을 놓칠 순 없다. 말레이시아 생산단지를 기반 삼아 중국 기업과 맞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회장은 자신의 투자 원칙도 밝혔다. 재무 구조가 탄탄한 기업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값이 20%를 넘는 사업구조를 짜는 게 기본적인 경영지침이다"라며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때도 ROE와 영업이익률이 각 20%를 넘기는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