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충식 < 기술신용보증기금 인천지점장 >

지방자치시대 이후 여러모로 변화가 많았겠지만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지방행정에 경영마인드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과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지역경제학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급 지방 자치단체장들이나 여타 기관장들도 지자체및 각 기관을 행정
단위라기 보다는 경영단위로 운영하려는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투자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지방에서 자주 열리고 있는 토론회나 세미나 등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역경제 토론회에서도 종래는 국민경제 전체적인 관점에서 지극히
원론적인 토론에 그친 감이 있었으나 이제는 지역의 특수한 공간적 개념을
고려한 실천적인 지역경제이론이 사뭇 부상하고 있다.

예컨대 얼마전 한 지방도시의 경제 세미나에서 발표된 지역산업 연관모형
연구는 산업의 생산, 재화의 이동및 부가가치 등에 미치는 지역내외의
파급효과와 환류효과를 하나하나 수치를 들어가며 실증분석하고 지역경제
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분야를 밝혀줌으로써 정책입안자를 위한
방향제시를 하였다.

실증적 지역산업 모형분석은 큰 호응을 얻었다.

이같은 성장잠재산업 육성론의 구체적 실현수단으로서 기획신용보증은
지역경제활성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기획신용보증은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일부 지점에서 지역실정에 맞게
실시하고 있다.

백화점 같은데서 소비자의 수요를 예측하여 생산과 소비를 직접 연결시키는
소위 기획상품세일과 마찬가지로 기획신용보증은 그 지역에서 중점지원할
필요가 있는 업종에 대하여 보증하는 방식이다.

즉 기금영업점이 그 지역 업종별 조합이나 단체와 상의하여 자체판단으로
지원대상을 기획 선정하고 산하회원사의 자금수요를 업체별로 파악한다.

그리고 가장 유리한 조건의 금융기관을 물색하여 대출재원을 예약하거나
출자회사인 한국기술진흥금융에 대출 알선하고 신용도에 따라 보증금액을
달리하여 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업체별로 보증기관을 상대하고 있지만 기획신용보증 방식
에서는 보증기관이 업종별 조합이나 경제단체및 금융기관과 상호연계하여
성장가능성이 높은 산하 중소기업들에 자금의 물줄기를 돌려준다.

한편 지역경제 토론회에서 거의 빠짐없이 거론되는 것은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문제다.

즉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이 역내에서 재투자되지 못하고 역외로 유출됨
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금유출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닐 뿐더러 높은
수익성을 좇아 이동하는 자금의 흐름은 그자체를 인위적으로 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역금융기관의 예대비율만을 따지면서 자금유출에 대한 비관적 토론을
되풀이하기 보다는 눈길을 돌려 국민경제성장에 의한 자본 및 투자의
지역귀착 또는 환류에 대해서도 희망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부지방만 하더라도 산골짜기와 들판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 서고 있는
공장및 산업시설들이 이지역 자금만으로 이루어졌다고는 볼수 없을 것이다.

수도권 지역의 보다 높은 경제밀도의 여파로 생긴 막대한 규모의 자금및
투자의 지방유입화 현상이라고 할수 있다.

즉 지방자금의 유출현상 못지않게 수도권 자금의 유입현상도 두드러진다고
할수 있다.

실제로 수도권 지역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지방에 투자하는 중소기업
또는 창업기업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우선 지역투자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업환경개선과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지역주민의 전체 역량을 기울인다면 대규모 자본유치를 쉽게 하고 단위
면적당 총생산액, 즉 경제밀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즉 저수지를 파놓으면 물고기가 꾄다고 하겠다.

또한 지역토론회에서 흔히 있는 일이지만 지역 지도급 인사들조차 주요
지역개발사업, 예컨대 관광사업 대규모 주택단지건설 토목사업 등은
그 지역출신 기업가가 주도해야 함을 유난히 강조할 때가 많다.

타지역출신 자본가의 개발투자 유입을 꺼리는 경향도 보인다.

향토기업이 개발주체가 되면 주변에 부수효과가 따를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알수 있겠지만 투자효율 및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높다면
타지역자본은 물론 외국 자본도 유치할수 있어야 하겠다.

세계를 지향하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기술과 자본 그리고 경영능력있는
기업이라면 향토기업이건 타지역 기업이건 가릴 것 없이 지역개발사업에
최적투자효율을 높일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