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경쟁력강화방안으로 노사협력문제가 시급한
해결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올들어 산업현장에 확산되기 시작한 노사화합의 분위기를 어떤 방식을 통해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로 정착시키느냐의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11일 오전 서울 라마다 르네상스호텔 호라이즌클럽에서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 어떻게 정학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박종근 노총
위원장, 이동찬 경총회장, 진념 노동부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배무기 서울대
교수의 진행으로 노/사/정 좌담회를 가졌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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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교수 =국가적으로 노사관계가 점점 중요하게 부각되고있습니다.

오늘 토론주제를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로 정한 것은 우리나라
산업현장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사업장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진장관께 여쭤보겠습니다. 우선 현단계 노사관계를 어떻게 진단하고
분석하고 계십니까.

<> 진장관 =올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노.경총 중앙임금합의의 무산,
4대지방선거 실시, 한국통신등 대규모사업장의 노사분규로 인해 일부
불안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같은 변화는 9월말현재 전국의 2,400여개 사업장 34만여명의 근로자및
사용자측이 참여하는 노사화합선언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별사업장에 참여와 협력의 새로운 바람이 불고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경제체제를 갖고있고 경쟁력이 높더라도 노사관계가 안좋으면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협력적 노사관계를 뒷받침해줄수있는 제도와 관행의 정착이 시급
합니다. 향후 노동정책의 방향이기도 합니다.

<> 배교수 =박위원장께서는 올들어 달라지고있는 산업현장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계십니까.

<> 박위원장 =우선 올들어 한국경제신문이 노사협력캠페인을 통해 많은
노력들을 해온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노사분규를 최소화하자는 의미로 중앙단위 임금가이드라인에
합의했으나 금년엔 몇가지 문제로 인해 무산되는 바람에 상당히 유감
스럽습니다.

그러나 올해초 노총과 경총의 산업평화선언은 단위사업장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 다행입니다. 이 선언을 계기로 온건.합리주의를 추구하는
노조들이 화합분위기를 전국에 확산시켰습니다.

주요 투쟁선도사업장에서도 급진노동운동에 반대하는 근로자들이 스스로
세력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앞으로 노사가 진정으로 신뢰하고 공존할수있도록 지속적인 화합분위기의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배교수 =이회장께서는 현단계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 이회장 =80년대 후반 극심했던 노사분규가 90년을 고비로 주춤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노사분규가 진정되기까지 대략 20~30년이 결렸는데
우리나라는 그보다 짧은 10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96년쯤에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협력적 노사관계의 달성이 전제된 상황이지만 낙관하는 편입니다.

올해는 사회적 합의 무산으로 안팎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는데 대신
노.경총간 산업평화선언을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확인한 것이 소득
이었습니다.

노사화합선언업체도 결국 중앙단위의 산업평화선언에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올해 임금은 경기호황에 따른 근로자의 기대심리증가와 실업률
저하로 인해 예년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기업도 무분규타결을 위해 다소 부담스러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배교수 =정부와 노사양측 모두 올해 노사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군요.

그러나 올해 노사분규건수는 100여건으로 줄었지만 불안요소는 상존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사간 불신의 해소라든지 기업내 노사관행을 바꿔야할 과제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경영스타일을 바꿔가며 협력적 노사관계를 창출하기위해
애쓰고있는데 우리는 어떤 방법을 통해 대립관계를 극복해야 하겠습니까.

<> 이회장 =과거 사용자가 피고용자를 마음대로 다루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기업들도 많이 변했습니다. 현단계에서 기업주는 어떤 방법으로
근로자들의 가치를 최대화할 것인가에 관심을 쏟아야합니다. 근로자들의
인격을 존중해주고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항상"감사하다" "무엇을
도와줘야할까"등의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현행 노사협의회법에 규정된 각종 의무사항도 기업주측이 적극적으로
지켜야합니다.

"여러분들은 우리 회사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점을 인식시킬 수
있을 때 신뢰는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같은 기본적인 자세외에도
근로자의 생산성과 업무만족도를 극대화할수 있는 투자와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 배교수 =이회장처럼 모든 기업주들이 그런 태도를 가지고있다면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진작에 좋아졌을텐데요. 박위원장께서는 이회장의
말씀과 관련, 의견이 어떠십니까.

<> 박위원장 =노총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답답한 것이 많습니다.

국가경제 발전과 함께 노동계도 발전하려면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보가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오는 97년부터 중소기업에 대해 각종 특혜나 정부보조가 중단
되는데 이같은 사실을 아는 근로자들이 별로 없습니다. 정보가 편향되게
흐르고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종류의 정보는 공유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인사권에 간여하거나 경영권에 접근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참여경영이란 근로자와 회사측이 경영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불신도 대부분 모르기때문에 생깁니다.

선진국의 경우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노.사.정이 긴밀한 협조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노동계에 대해 변변한 자문조차없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중앙단위 노사라도 자주 만나 교류하고 공존하는 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개별 노동조합들은 기초예절지키기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노사간 신뢰구축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합니다. 소신있는 판단과 행동
으로 조합원들의 비난을 두려워하지않는 노조지도자의 역할도 있어야합니다.

<> 배교수 =참여라는 용어에 대해 일부에서는 직접적인 경영개입이라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참여라는 것은 기업발전에 도움이 되는 근로자의 발언권이 인정
되고 이를 경영진이 받아들이는 그야말로 순수한 의미로 해석해야합니다.

오해를 불식시켜야 결국 호혜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할수있는데
정부측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 진장관 =노와 사의 관계에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다는 것은 과거의
시각입니다. 얼마든지 같이 승자가 될수있습니다.

이것은 노사관계를 제로-섬게임으로 보는 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윈
-윈게임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따라야합니다. 따라서 이같은 의식의
변화를 제도와 관행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이를위해 국내외 우수노사협력사례를 발굴하고 개별사업장의 노사협력을
지원할 수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개발해나갈 계획입니다.

노사는 평소 인간관계로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줄 알아야합니다.
노사관계가 좋은 사업장과 나쁜 사업장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그런
차이때문입니다.


<> 배교수 =협력적 노사관계의 정착을 위해 정부측에서 지원해줄수있는
방안이 있습니까.

<> 진장관 =우선 지방화시대에 따른 중앙과 지방의 일관성있는 노동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기위주의 행정에 연연해서도 안됩니다.

정부차원에서는 노사협력을 위해 불합리한 노사관계의 관행을 개선하고
고용개발 직업능력사업등 근로자복지향상을 위한 각종 시책을 개발하는
것을 들수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노동교육원내 노사협력센터를 중심으로 근로자의 사기앙양을
위한 인사관리제도 근로복지제도의 확충등 노사협력기법을 개발.보급하는
한편 모범 노사협력사업장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근로자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위해 중소기업체 사가만들어주기
창작노동가요제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할 방침입니다.

<> 배교수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가 최근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고능률 생산조직때문이었습니다.

이 조직 아래 근로자들은 종전보다 훨씬 더 정신적으로 많이 생각하고
일하게 됩니다. 이렇게 볼때 미국경제는 회생의 원동력을 사람에게서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나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기업내 동창회 동기회는 잘되지만 기업에
대한 충성심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기업주가 근로자들에게 공동 선을 제공하지못했기 때문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얘기합니다. 공존공영의 선이지요.

그동안 기업들이 지나치게 이윤추구에 비중을 많이 둬온 탓이 클겁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종업원들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충성심을 유발할수
있을까의 문제가 제기됩니다.

<> 이회장 =아무리 기계가 발전되고 환경이 변화해도 결국 마지막에
기계를 돌리는 것은 사람입니다.

좋은 색깔과 디자인으로 포장된 제품을 내놓더라도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노동조합원의 자격을 갖고있는 말단근로자입니다.

근로자들은 자신들에게 이득이 돌아온다는 보장이 있을때 열심히
일합니다. 단순히 경제적 보상외에 참여와 보람을 통해 느끼는 성취도
무시못할 것입니다.

배교수께서 공동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셨는데 적확한 표현이라고 생각
합니다. 참여를 얻으려면 "이제품은 바로 당신이 만든 것이오" "이만큼
물건이 팔린 것도 당신때문이오"라는 식의 대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자신이 뭘 했는지도 모르고 성과도 모를 때 진정한 참여가 가능
하겠습니까.

<> 배교수 =지금까지 노동운동은 대기업중심으로 이뤄져왔습니다.

물론 지불능력의 차이도 있었겠지만 그 바람에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임금격차도 심각합니다.

기업과 국가경제의 발전, 기업간 균형발전을 생각할 때 노동조합도 그에
따른 책임과 역할이 있어야할 것으로 봅니다.

<> 박위원장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는 노.사.정 모두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지불능력이 없어 격차가 있는 곳도 있는데
대기업의 하청단가가 낮아 격차가 심화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소기업은
근로자수도 적고 교섭능력도 부족한 편입니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조합들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삶의 평준화, 노동의 평준화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과가 많은
기업들이 고민해야 균등발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집단이기주의나 밀어붙이기식의 노동운동은 마땅히 자제되어야
합니다.

투쟁지향적 노동운동에서 탈피,미래지향적 노동운동으로 전환해야하며
노조차원에서 조합원들의 의식구조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게끔 육성해야
합니다.

결국 노동운동도 국민과 국가경제를 의식하고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질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운동가들이 참여와
협력의 폭을 넓힐수있도록 정부와 사용자측이 여러가지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 배교수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기구나 원칙이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는 한국통신사태가
사회적으로 상당한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차원의 정책이나 원칙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진장관 =현재 공공부문은 노사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있습니다.

공익과 이윤을 적절히 조화시켜야할 공기업이 노사문제로 분규에 휩싸일
경우 무엇보다 국민들이 피해를 봅니다.

지금까지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대한 일률적인 원칙이 없었던 것이 사실
입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