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헬체고비나 내전은 카터 전미대통의 중재로 지난 24일이후
가까스로 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 휴전이 항구적인 평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
것이다.

장장 32개월동안 계속된 유혈 분쟁에서 몇 차례나 그런 합의가 무참히
깨졌기 문이다.

이번에도 휴전합의 직후 북부 비아치에서 총격전이 벌여져 한때 다시
긴장을 고조시킨바 있다.

역시 불안한 휴전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지역분쟁은 냉전종식 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의 하나다.

어디 구유고지역 뿐인가.

르완다 소말리아등 아프리카에서의 분쟁지역만 해도 10군데나 되며
아시아에선 타밀 카슈미르등 16개가 넘는다.

여러 민족이 분포해 있는 구소련 지역은 마치 분쟁의 시한폭탄이 매설된
지뢰밭과 같다.

혹한속에 유혈의 참상이 빚어지고 있는 체첸 사태는 최근에 돌발한
하나의 파열음에 불과하다.

세번째의 겨울을 맞은 보스니아 내전의 양상은 지역분쟁의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3년동안 20만명을 훨씬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부상자는 그 몇배나
된다.

내전과 지역분쟁이 갖고 있는 특징의 하나는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크다는데 있다.

식량 의약품 의료시설의 부족과 전기 수도등 생활 기반시설의 파괴는
인간의 자존심을 박탈한다.

세계인들이 이같은 사태를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인도적인 구호의 손길도 필요하지만 보다 절실한 것은 주요국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협력하여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이다.

민족감정,종교적 갈등에 의한 지역분쟁은 냉전시대에도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간끼리의 마찰은 늘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냉전시대에는 동서간의 대결 구도가 지역분쟁 당사자들의 불만을
자제하게 만든 측면이 있었다.

또 강대국들이 지금과는 달리 보다 효과적인 해결수단과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가졌던 점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안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보스니아 사태를 보는 시각은 워싱턴에서 볼때 다르고 유럽과
이슬람측에서 볼때 다른 점은 있다.

그러나 총제적으로 보면 분쟁에 대한 "방관현상"은 주요국들간의
협력결여에 기인한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리더십의 실종이다.

리더십의 부재는 보스니아 사태의 대응을 둘러싸고 빚어진 미국과
영.불의 균열,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내부의 불협화음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러고서는 장차의 분쟁해결과 안정된 새 세계질서 구축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보스니아 휴전이 이번만은 성공리에 평화로 이어져야겠다. 그래서
지역분쟁에도 결말이 있는 선례가 새해에는 나와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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