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는 하늘과 땅 사이를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어느 곳으로라도 마음대로
오갈수 있는 새를 영물로 여겼다.

새는 인간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고대의 신화나 설화에 새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 반영이다.

또 그것을 좀더 깊이 생각해 본다면 태초로부터 자유를 갈구해 내지 않던
인간의 본성이 만들어 낸 소산이라 할수 있다.

"깃을 칠 하늘이 있고/바다위에 수한의 공간이 있고/숲위에 앉을 자리로도
있다/죽지에 힘이 다하지 않으면/그것을 누리는 자유라.(박남수의 "새").

새가 상징해 주는 것은 자유다.

인간의 그러한 관념의 급기야 사람의 몸에도 날개를 날고 새처럼 날아
다닐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것으로 비약했다.

그것이 오늘날과 같은 항공기 발달을 가져온 원초적 동기의 출발점이었다.

그런데도 인간의 새처럼 자유롭게 되지는 못했다.

언제 어디서나 날수 없는 항공기인데다 항공기로 나라밖을 오가는데에는
역권이나 비자가 있어야만 하는 제약에 묶여 있으니 말이다.

새들 가운데서도 가장 자유롭게 지구상을 누비는 것은 철을 따라서 번식지
와 월동지를 오가는 철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 거리를 오가는 철새는 나그네 새다.

시베리아 중국동부 만주둥지에서 번식하고 가을에 한반도를 통과하여
일본남부에서 호주에 이르는 지역에서 월동한뒤 봄에 다시 한반도를 거쳐
북녘으로 돌아가는 새다.

도요새 물떼새 꼬까참새 흰배멧새 제비갈매기 등이다.

그런데 최근 산림청 임업연구원 조류연구팀이 지표까지 막연히 추정되어
오던 도요새의 이동경로를 처음으로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러시아 아무르강유역에서 번식한 뒤 한반도를 통과하던 붉은어깨도요새의
발가락에 가라지를 끼워 날려 보낸 것이 호주남단에서 생포되어 무려
8,000여km를 이동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것이다.

세계조류학계에 보고된 도요새는 89종이나 된다.

그중 한반도에서 발견된 도요새는 36종으로 그 대부분이 나그네새다.

몸길이는 12.5~61cm로 날개는 길고 꽁지는 짧다.

다리는 긴 것에서 짧은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부리는 길지만 곧은 것과
밑이나 위로 굽어진 것이 있다.

깃털은 윗쪽이 담황색 회색 또는 흑색, 자래쪽이 백색 담황색 또는 흑색
인데다 줄 또는 점으로 된 복잡한 무늬가 있다.

2만리 붕정을 마음껏 넘나드는, 앙징스럽게 작고 귀여운 도요새의 생태를
돌아보면서 빡빡하고 번잡한 세상일을 떨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