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산업은 21세기를 앞두고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의 전통적 내수산업에서 개방화시대를 맞아 국제경쟁력을 갖는
산업으로의 재편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제지회사를 장래 직업으로 선택하려는 젊은이들은 90년이후 가장 좋은
시기를 맞게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90년대들어 업체들간의 설비증설, 경쟁에 따른 공급과잉과 출혈경쟁으로
지난2~3년동안 대부분의 제지업체들이 적자를 보이는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금년들어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어 경영여건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

국내경기회복으로 신문용지 인쇄용지 백판지등의 내수수요가 커진데다
엔고에 따른 가격경쟁력 강화로 동남아지역으로의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한솔제지 신호제지 무림제지등 주요 제지메이커들이 호황국면이 오는
96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설비증설과 인원충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지업계는 지난91년 한솔제지가 인쇄용지와 백판지시장에 신규참여하고
신호제지가 신문용지와 화장지시장에 뛰어들면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들 대기업의 과감한 공격적 경영으로 제지업계에 대대적인 구조재편
바람이 불었다.

올상반기 동창제지가 부도를 내 한솔제지에 인수됐고 80년대 국내 50대
그룹에 꼽힐 정도로 재력을 과시했던 계성그룹은 2년동안 계속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올들어 법정관리를 신청, 업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제지업계는 내년에 출범하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아래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지관련제품은 지난 88년 수입자유화품목으로 선정되었으며 수입관세도
금년 8%에서 오는 2004년까지 무관세화될 예정이다.

한국제지산업의 연산규모는 5백80만t(93년기준)으로 생산액이 4조원이다.

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1인당 지류소비량과 펄프생산량은 각각 22위와 25위에 머물러
앞으로의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다.

국내산업에서 차지하는 제지산업의 역할도 아직은 적다.

지난해 제조업대비 생산액은 2.09%이며 고용은 2.3%선이었다.

현재 국내생산업체는 1백19개사이며 종사 인원은 2만5천명선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00년까지 세계8위의 제지산업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최대 제지업체인 한솔제지와 신호제지 무림제지 동해펄프 쌍용제지
대한펄프 한국제지 한창제지등 대기업들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을
상대로 활발한 설비확장에 나서고 있다.

주요 제지업체들은 인사에서도 그동안의 폐쇄적인 비공개채용에서 탈피,
공개채용을 채택하고 있으며 채용기준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90년이후 대부분 업체에서 공채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공채제도의 선두주자는 한솔제지로 독특한 인사방식인 서바이벌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이회사는 신문용지에서 인쇄용지와 백판지시장에까지 신규진출하는등
사세확장에 따라 올해 신입사원을 지난해보다 50명 늘려 2백명정도 채용할
계획이다.

무림제지 신호제지등 다른 대기업들은 20여명을 공채로 뽑아왔으며 올
하반기와 내년상반기중 채용규모를 늘려 인원을 충원할 계획이다.

제지산업의 급격한 변화속에 업체들이 선호하는 사원기준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전통적 보수산업으로 분류되는 제지업체들은 조직에 친화적이고 성실한
사람을 최우선 채용조건으로 잡고 있지만 최근 국제화 세계화에 맞춰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인물과 외국어등 국제감각을 갖춘 인물을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인 제지산업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업종입니다. 따라서 제지업체들의 세계화에
대비, 성실함을 갖추면서도 능력과 참신성을 가진 인재들이 일하기에는
가장 좋은 직장이 될것으로 봅니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의 이상문이사는 제지산업이 국제화되고 있어 전통적인
선호인물보다는 적극성과 진취성을 갖춘 새로운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입사원채용에서 가장 주목받는 채용제도는 한솔제지의 독특한 신입사원
구인제도인 서바이벌시스템이다.

이제도는 대학 3학년 재학중인 학생을 매년 하반기 선발, 1년간의 장학금과
해외연수등 각종 혜택을 준뒤 졸업후 채용하는 제도다.

다른 제지업체들은 대부분 오는 12월중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제지업체들은 공통적으로 필기시험보다는 면접과 적성을 채용기준으로 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오늘보다는 내일의 제지업체가 화려한 직장이 될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최인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