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 산업정보전략연구소 소장 >

한국사람들은 성미가 어찌나 조급한지 사탕을 빨아먹지 못하고 깨물어
먹는다고 얘기한 미국인이 있다.

외국의 유명 관광지에서도 우리나라사람만 보면 "빨리빨리"라고 호객행위
까지 하고 있으니 우리의 조급증은 드디어 국제적으로까지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 30년간 경제개발정책을 추진하면서 밀어부치기식의 속도전
개념이 생활속의 뿌리를 내린 탓이 아닌가 생각한다.

빠르다는것 자체를 좋다 나쁘다고 말할수는 없다.

업무회의를 빠르게 한다든가 고객서비스를 빠르게 한다면 긍정적인 성과를
낼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중 기준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회적 해약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들어 자기이익을 챙기는데는 신속하고 업무처리나 서비스는 느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중전화박스에서도 전화통을 잡고있는 사람은 뒤에 기다리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장시간을 통화를 한다.

그뒤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할정도로
조급해 한다.

신기한 것은 이사람도 자기가 전화통만 잡으면 한없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점이다.

비행기를 타고 내릴때도 마찬가지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하자마자 안전벨트를 푸는 소리가 요란하고
택시웨이로 들어서고 있는데 벌써 가방을 챙겨서 기내통로에 서있는 사람들
이 적지 않다.

이경우 다른 사람보다 먼저 밖으로 나갈수 있는 것도 아닌데 조급증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필자는 최근 "시테크"이론을 개발해서 보급하고 있다.

여러가지 정보기술과 지혜를 동원해서 시간가치를 높이고 여유시간을
만들어 보자는 개념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있는것중의 하나가 우리의 시간문화를 선진화시키자는
것이다.

예를들면 자기자신의 시간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시간가치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든가 특히 공공의 시간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업무처리나 각종 서비스는 신속하게 하되 기다릴때는 다소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는 매너가 필요할 것이다.

솔직히 자동차 자체야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부당하게 앞지르기를 하거나 사고를 일으켜서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람들 잘못이다.

자동차문화가 문제가 될때마다 애꿎은 자동차만 욕을 먹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다.

심지어는 자동차에다 통행료징수 휘발유세부과 주차세강화등 각종 부담을
주어서 차를 무슨 흉물처럼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현대생활에서 자동차만큼 편리한 문명의 이기도 별로 없을 것이다.

자동차문화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자동차 탓을 할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선진화되어야 한다.

우리의 왜곡된 시간문화를 한 차원 향상시키는 것도 자동차문화 선진화에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