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그린 최근의 미국영화 속에 일본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첨단기술과 경제력으로 세계의 지배자가 된 그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위용있게 그려진다.

"데몰리션맨"에서 처럼 결국 힘과 정의를 앞세운 아메리칸드림의 화신들이
그 모습을 깨버리지만 일본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은 대중문화 깊숙한 곳에
서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영화 "떠오르는 태양"은 원작자 마이클 크라이튼이 소설서문에서 밝혔듯이
"미국을 잠에서 깨우기 위해"쓰여지고 만들어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일본대기업 나카모토산업의 나카모토타워개관식
이 화려하게 거행된다.

미국의 정계 재계 연예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한 파티가 45층에서 열리고
있을 때 미모의 미국여인이 46층 회의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경찰국의 웨브 스미스경사(웨슬리 스나입스)와 일본통으로 유명한 고참 형
사 존 코너(숀 코네리)가 수사를 맡는다.

평소 회의기록을 위해 준비된 모니터룸의 비디오테이프가 유일한 증거로
채택된다.

비디오테이프에는 여인을 살해하고 황급히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회장의 아
들 에디 사카무라가 잡혀있다.

경찰국은 사카무라를 범인으로 지목, 체포에 나서지만 존 코너는 그가 범
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비디오테이프를 교묘히 조작한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마이크로콘사의 매각을 둘러싼 현안의 열쇠를 쥔 재정위원회위원장 모턴상
원의원에게 족쇄를 채우기 위한 일본기업의 음모가 드러난다.

필립 카프맨감독은 이 영화에서 지나치게 일본을 "강한 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첨단기술과 야쿠자의 조직력으로 일본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미인계를 통한 일본기업의 농간에 상원재정위원장이 놀아난다.

"일본을 바로 보자"는 원작의 의도는 퇴색돼있다.

오히려 조지오 알마니의 의상을 입고 징고라는 신비한 여인의 호위를 받으
며 일본과 대결하는 "007"시리즈의 원조 숀 코네리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소련이 사라진 세계에서 이제 미국은 누구와의 대결에 "007"을 투입할 것
인가.

그 구도가 잡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