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해페리호 참사와 관련한 문책 인사는 김영삼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데다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을 어느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우선 이번 인사에서는 페리호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국정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돼온 몇몇장관들이 함께 경질될것으로 추측됐고 또 그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김대통령은 주무장관인 교통장관 한명만을 경질시킴으로써
"재임중 장관을 자주바꿔 국정의 혼란을 가져오는 사태를 피하겠다"고
강조해온 인사원칙을 지켰다.

이는 국정을 위해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면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단호히 조치하는 등 책임행정을 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대통령이 이날 문책인사이후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앞으로 대형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반드시 행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면서 "이대로는 안된다" "무사안일 주의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또 이번 인사에서는 사전 하마평에 오르내린 인물이 거의 없었고 의외의
인물이 교통부장관으로 발탁됐다는 점도 김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볼수있다.

정재석장관의 발탁과 관련,청와대주변에서는 황인성국무총리의 적극적인
추천을 김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초에는 이동훈
상공자원부차관 등 모두 5~6명정도가 후보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재청와대공보수석은 "정장관의 발탁은 교통부업무에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데다 청렴한 성품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항간에서는 신임 정장관이 80년대초 상공부장관시절 신군부에 의해
숙정1호로 물러난 점을 기억하는 측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정치적인
문제였을뿐 축재등과는 거리가 먼것으로 이를 일축하고 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내각의 분위기는 예전에 비해 한층 "긴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대통령이 "부분개각이 필요하다"는 일부여론을 물리치고
인사의 폭을 최소화했지만 내각에 대한 자성촉구의 강도는 예전에 없이
드높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내에 부분개각의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않다. 일단 이번 인사폭은 최소화에 그쳤지만 앞으로
국정운영에 또다른 문제가 제기될땐 국면전환을 위한 부분개각단행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부분개각의 시기가 연내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를 소집,공직자의
복무자세를 강조한 것도 개각등 충격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동요하는듯한
민심수습에 공직자들과 함께 총력을 쏟기위한 것이라고 보는 측면이
강하다.

김대통령은 또 내달중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경제문제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문민정부 출범후 첫해의 "경제성적표"를 다가오는
연말을 앞두고 의식하지 않을수 없는데다 경제문제가 어느분야의 개혁못지
않게 민심에 직결되고 있음을 대통령 스스로 충분히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연말을 앞둔 내각의 분위기는
추가개각이 있건 없건 긴장감이 감돌것 같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