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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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10대 이하 ‘미성년 개미’부터 50대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네이버와 2차전지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악화한 업황 속 저점 매수를 노렸다는 분석이지만, 낙폭이 커 손실을 피하긴 어려운 상태다. 반면 60대 개미들은 엔켐에 적극 ‘베팅’해 수익을 냈다. 외국인이 매수 중인 삼성전자 및 현대차 등 밸류업 관련주는 전 연령의 주요 매도 대상에 올랐다.

‘여기가 바닥’ 믿었지만

14일 한국경제신문이 키움증권에 의뢰해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이 회사의 연령별 개인 고객 계좌를 분석했더니, 6개 연령대(10대 이하·20대·30대·40대·50대·60대 이상) 투자자들이 네이버를 3002억원을 사들여 이 기간 순매수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뒤는 삼성SDI(1253억원)와 LG화학(1082억원) 등 2차전지 업체가 채웠다. JYP엔터테인먼트 두산로보틱스 SK이노베이션 등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30대 이하에서 네이버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 기간 20대 투자자는 네이버를 103억원, 30대 투자자는 42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위 종목 순매수액보다 2.71배, 2.83배 많아 타 연령보다 격차가 컸다. 네이버는 올해 밸류업 수혜주 소외 현상, 라인 야후 사태 등 악재를 겪으며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조사 기간 하락률도 18.95%에 달해, 저점 매수를 노린 이들은 투자 기간이 길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다. 2030세대는 2차전지 반등에도 기대를 걸었다. POSCO홀딩스 삼성SDI LG화학 에코프로비엠 등 관련주가 순매수 10위 종목 중 과반을 채웠다. 이들 역시 리튬 가격 하락 속에 주가가 평균 14.6% 내린 상태다.

30대는 엔터주, 초전도체주에도 베팅하며 공격적 투자 성향을 보였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전 연령대에서 30대 순매수 순위(3위·126억원)가 가장 높았다. 초전도체 관련주인 신성델타테크가 10위에 등장하기도 했다. 1020세대는 장기 투자에 유리한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특히 10대 이하가 ‘TIGER 미국S&P500’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2종의 ETF를 사들여 10위권 중 ETF 비중이 가장 컸다.

개미들 “삼성전자 못 믿겠다”

주식투자 인구가 많은 40대 이상 개인투자자들은 4050세대와 60대 이상 투자자의 성향이 엇갈렸다. 두산로보틱스 알테오젠 에이피알 등 로봇과 뷰티·바이오주에 분산 투자하면서도, 네이버를 가장 많이 순매수하는 등 30대 이하와 관점이 비슷했다. 반면 60대 투자자는 2차전지 전해액 업체 엔켐을 625억원어치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엔켐은 조사 기간에만 주가가 244.16% 올랐다.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연초에 투자한 이들은 2배 넘는 이익을 거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60대가 안정만 추구한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주가가 122.04% 폭등한 한미반도체가 순매수 10위권에 오른 것도 이들 연령대가 유일했다.

순매도 현황은 전 연령대가 공통된 특징을 보였다. 7만원대를 횡보 중인 삼성전자는 전 연령 합산 순매도 규모가 835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4794억원), 삼성전자 우선주(2391억원)은 2위와 3위였다. 연령별로도 이들 종목이 모두 3위권을 차지했다. 1020세대는 SK하이닉스를 팔고, 40대 이상은 밸류업 수혜주인 삼성물산 KB금융 등을 집중 순매도하기도 했다. 증권사 한 프라이빗뱅커(PB)는 “개인들이 내던진 반도체·밸류업 관련주 물량은 외국인들이 받아내는 형국”이라며 “특히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주는 이익 전망이 높아진 상태라 추가 수익 기회를 놓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