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세제개편에 있어서는 과거보다 강한 액센트로 실현해야 할 우선
과제가 있다. 과세자료의 양성화->세원노출->세수확대->세부담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실명제의 경기냉각 작용을 상리시킬만한 과감한
세율의 대폭인하가 그것이다.

정부도 이번 세제개편에서 실명제로 인한 세부담증가를 감안하여
적정수준으로의 세율인하를 기본방향의 하나로 내걸기는 했다.

그러나 개편안 내용을 보면 세수확보에 보다 치중한 나머지 과감하게 대폭
내렸어야 할 세율인하가 소폭에 그치고있다. 실명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도 그것에서 오는 납세자들의 세부담 불안을 확실하게
없애줘야 한다. 실명제는 지금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이루어져 온 모든
음성거래와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가능케 함으로써 불로소득이 판치는
지하경제를 봉쇄하려는 혁명적 제도다. 국민경제의 장기적 관점에서 꼭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세부담이 증가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아직도
침체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엔 단기적이지만 반경기적인
영향을 미치고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소득세율을 최고 3%포인트
인하하고 소득공제액도 인상했고 법인세율을 2%포인트 인하한것 말고도
상속세및 증여세에 대해서도 누진세율을 완화하고 공제액을 상향조정했다.

또 실명제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제조업에 대해 법인세
소득세의 세액감면을 계속하는 한편 영세사업자들의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부가세의 한계세액공제제도를 신설하되 부가세의 면세점도 인상했다.
그러나 그것은 실명제의 불경기작용상쇄와 국제경쟁력강화에 도움이되는
부담경감을 위해서는 아직 미흡한 소폭의 세율인하라 하지 않을수 없다.

세제를 보는 시각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지금 절대로 경시해서는 안될
시각은 세제가 경제활동에 미칠영향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시각이다.
지금과 같은 불황기엔 세제의 경기정책적 역할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세제가
개편돼야 한다.

특히 경제를 실제로 움직이고 활성화하는 주체인 기업에 관련된 세율이
이번 개편안에 의한 인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나라의 경쟁국가들보다
높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일례로 법인세의 최고세율이
34%에서 32%로 인하됐지만 싱가포르의 30%, 대만의 25%, 홍콩의 17. 5%에
비해선 높다. 소득세의 최고세율도 50%에서 47%로 낮추었다지만 싱가포르의
33%, 대만의 40%, 홍콩의 25%, 영국의 40%, 미국의 28%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에 있다. 원래 높은 세율은 기업에 "더 활동하지 말라",또 근로자에게
"더 일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사업의욕과 개인의 근로의욕을
위축 시키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소득의 적지않은 부분이 세금으로 빼앗길
때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사업하느니보다 가만 있는게 낫다든지, 일하느니
보다 놀고 지내는게 낳낫는 생각이 나는게 인간이다. 그래서 사업의욕과
근로의욕을 죽이는 세제는 좋다고 할수 없다. 이번 세제개편을 정부가 기본
방향에서 다짐한대로 정말 실명제의 성공적 정착을 지원하는 것으로 생각
하고 있다면 실명제로 높아지고 있는 세부담 불안을 일소하게 세율이 대폭
인하돼야 한다.

정부는 세금을 보는 국민감정상황이 실명제실시를 계기로 그전과 판이하게
일변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일부 부유층과 검은돈의 운용자를
제외하면 세금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대다수 국민이 지금은 너나
할것없이 자기가 내야할 세금의 앞날에 불안을 느끼고 소위 "택스게임"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상황변화를 안이하게 생각,적절한 대책을 소홀히 하면 실명제의
정착은 늦어진다는 것을 정책당국자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경쟁국가들보다 높은 세율로 어떻게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이길수 있겠는가.

실명제는 음성소득과 음성거래의 양성화로 돈의 흐름을 투명화하기 때문에
과세베이스의 확대를 가져오지만 그렇다고 그 자체 과세의 공평화를
약속하는것은 아니다. 그것은 원천분리과세되고 있는 이자 배당소득에
대한 종합소득과세 제도의 실시이후에나 가능하다는게 진실이다. 또
과세공평화엔 감면등 각종 조세지원제도의 축소 폐지가 필요하다.

이자 배당소득에 대한 종합소득과세는 96년부터 실시된다고 하지만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시기는 미정이다. 조세감면제도가 이번에
축소됐지만 이것 역시 산업의 국제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직도
일률적으로 다룰수 없는 문제점이 남아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우리경제가 실명제를 비롯한 경제정책의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아직도 극복해야할 갈등을 많이 안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아무튼 실명제실시와 병행되는 세제개편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실명제정착에
방해가 되지 않게 지지하제로 도피하려는 돈을 지상경제의 과세세계로
유인하는 일이며 쳄체바닥에서 허덕이는 경제를 조금이라도 활성화로 이끌
경기정책적 시각이다. 국회상정까지 사이에 그런 시각에서 다시 손질이
가해지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