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에 암초로 등장한 노사분규를 조기에 수습하기위해 21일
이례적으로 열린 기획원 상공자원.노동장관의 3부합동기자회견이 끝난뒤
이경식부총리겸경제기획원장관은 장관실에서 오랜시간 두문불출했다.
회견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하느라 그랬다는게 관계자의 얘기다.
그러나 장관의 두문불출은 후속대책보다는 자체반성이었을 것이라는게
또다른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실 이날 기획원관리들은 노사문제와 관련이 있건없건 대부분이
회의결과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토론내용은 "왜 그따위 회견을 했느냐"에서부터 "기획원이 더이상 존재할
필요가 있느냐"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기획원관리들이 이같은 자성과 울분을 토해낸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담화발표와 회견에 앞서 일요일인 20일 3개부처 관리들이 장시간 논의를
거친데다 기자회견 당일 오전중 3부장관이 조율작업을 했음에도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데 대한 실망이 컸기때문이다. 과거 경제정책에 관한한
막강한 조정권한을 휘둘렀던 기획원이었고 보면 "신경제"의 운명을
좌우할만한 노동정책에 관해 경제팀장인 이부총리의 조정이 먹혀들지
않는다는건 어찌보면 크나큰 "수치"다.

불과 2주일전 김영삼대통령이 "최근 개별부처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정책구상을 발표하여 혼선을 빚는 일이 있었던 것은 유감"이라며
경제부처의 단합을 강조한 적도 있어 일반국민이 기획원과 기획원 사람을
보는 눈총도 따가왔을게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도 이번 회견은
"별무성과"였다.

이노동이 문제의 핵심(무노동부분임금)을 당과 협의하겠다고한 이상
기획원 상공자원부 합동회견은 그 자체가 의의를 잃었다고 보아서다.
기획원 관리들의 말마따나 부총리가 정치인 장관에게 당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 당했다는 것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당과 상의"하는게
관례화 된다면 기획원의 존재는 더이상 필요없을게다.

기획원의 정책조정기능을 다시 살려주든지 아니면"기획원을 아예
없애버리든지 둘중의 하나를 택할 일이다. 이부총리의 두문불출도 아마
이런 고민탓이었을게다.

<박영균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