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의 매스컴은 신문이나 TV를 가릴것 없이 화살맞은 물오리의
구출및 치료작전에 많은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물오리 소동"이 외신을 타고 우리 신문이나 TV에 전재된 사진을 보면
끔찍스럽기조차하다. 그 조그마한 물오리의 등에 34 의 화살이 박혀있는
모습은 새삼 사람의 잔인한 일면을 느끼게 한다.

일본의 매스컴은 가끔 이같은 소동을 벌인다. 잘못해서 동경시 한복판인
왕궁 해자에 둥지를 튼 물오리 일가의 소식이 이따금씩 지면이나 TV에
보도된다. 어느때는 물오리 일가가 길건너로 이사를 갔다,또 어느때는
오리새끼가 몇마리 부화됐다는등 마치 물오리 일가를 중요인물처럼 다루고
있다.

물론 이같은 보도자세를 나무랄수만은 없다. 인정이 메마른 일본사회에서
어두운 뉴스에만 접했던 독자나 시청자에게 밝은 기사를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교육적 효과도 조금은 있을수 있으며
또 일본국민이 얼마나 인정 많은 국민인지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히 물오리는 화살이 뽑힌뒤 지혈제를 바르고 항생제를 먹이는등
극진한 치료로 쌀겨와 비타민등을 배합한 사료를 먹으면서 기운을 되찾고
있다고 한다. 우에노(상야)동물원에서는 렌트겐검사에서 발견된 산탄을
척출하지는 못했지만 2월중순에서 3월에 걸쳐 시베리아로 되돌아가야
하기때문에 조기치료에 전력을 쏟고있다는 보도이다.

이같은 뉴스에 접하면서 이 소동이 사람의 생명에 대한 것인지,한마리
물오리에 관한 것인지 착각을 일으킬뻔 했다. 경제대국 일본이 근년에
들어 베트남을 비롯한 난민이나 품팔이를 하러온 아시아의 가난한
불법체류자에게 어떤 태도를 취했었던가를 익히 알고 있기때문이다. 또
눈을 밖으로 돌리면 저개발국에서 1년에 5세미만의 어린이가 1,300만명이나
죽고 있다는 현실이 눈앞에 있다(유니세프통계). 이들의 절반이상이
항생제등 최소한의 의료혜택만 입어도 살아날수 있었다는데 그들은 무엇을
해주었던가.

일본의 "물오리 소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해준다. "물오리
소동"은 그런대로 좋은 일이기도하지만 그 보다 더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우쳐주는 반면교사의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