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없는 전과자"라는 말 자체가 말이 아니다.

그것이 말이 아닌데도 버젓이 남아 "전과자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니 분통터지게 돼있다.

요새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상을 살다보면 실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 잘못돼 고소 고발만 당해도 이 사실이 곧바로 경찰청 컴퓨터에
입력되어 신원상의 "결격사유"로 기록에 남아 따라 다니는거다.

무죄판결을 받았거나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전과자
취급"을 받거나 신원조회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이것처럼 억울한
일은 없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전과란 "형의 선고를 받아 그 재판이 확정된것"에
한한다. 전과는 또 법률이 정한 일정기간만 지나면 효력이 소멸되게
돼있다.

그런데도 이 "전과기록"과 수사기관의 내부용 자료인 "입건기록"이
혼동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흔히들 이 입건기록을 거창하게시리
"범죄경력"이라고 부르고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마침 8월부터는 이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로 판결된 사람의 "전과기록"을
아예 없애기로 했다. 경찰청 컴퓨터의 범죄경력조회 기록에 입력부터
안되게 하고,이미 수록된것은 삭제키로 했단다. 그 대상자가 무려
52만8,000명을 넘는다.

왠지 이번 일이 크게 생색내는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건 죄를 짓지 않아도
경찰관서에 들어서면 싸늘하게 오금이 저려드는 "주눅든 민초"이기
때문일까.

"순사 온다"하면 애가 울음을 그친다던 식민지시절의 우화는 사라졌지만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있어!"하고 눈을 부라리는 장면들은 아직도
있나보다.

제아무리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이라도 나중에 무죄판결이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해도 그 사실 자체가 9건이라면 전과10범의 범법자취급을 받아
왔던것.

52만8,000여명의 삭제대상자들에게는 어쨌든 혜택이라면 혜택이랄수도
있다. 씁쓸하지만 말이다.

건수올리기,마구잡이 단속,연행했다 하면 지문부터 찍게 하는등 살벌한
수사관행도 사라질 시절이 아직은 안되었는가.

"한사람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않는 일이,열사람의 죄있는 사람을
놓치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법정신을 구현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