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국가연합(CIS)소속 6개회교공화국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회교권공동체의 창설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16,17일 양일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세계사에서 한 획을 그을수도
있는 중요한 모임이 있었다. 회교권 공동시장의 창설을 목표로 한
경제협력기구(ECO)의 첫번째 정상회담이 열린것이다.
특히 이날 회담에는 ECO회원국인 이란 터키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CIS소속
회교공화국인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크 투르크멘 타지크 카자흐 키르기스등도
참석,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65년 설립된 ECO는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오지 않았으나
소련의 붕괴로 중앙아시아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긴데다 이 지역의 신생
회교공화국들이 정치 경제적 동맹체의 구성을 모색함에 따라 활기를
띠기시작했다.
ECO는 이틀간의 회담을 마친뒤 폐막성명에서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ECO회원국들은 경제분야에 있어 점진적으로 관세를
10%정도 내리고 무역장벽을 제거하기로 했다"고 밝혀 공동시장창설을 위한
의지를 보였다.
주최국인 이란의 하세미 라프산자니대통령은 "우리는 하나의 커다란
이념가족의 일부이며 우리의 지침과 지도자는 코란"이라면서 소속국가의
연대감을 강조했다.
EC(유럽공동체)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등 세계적 블록화 움직임속에
회교권공동체의 탄생은 세계의 세력판도에 변화를 가져올뿐 아니라 정치적
혼란을 겪고있는 CIS의 해체를 가속화시킬것이 분명하다.
지난 14일 민스크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 정상회담에서 국가존립의 관건인
통합군창설이 실패함에 따라 CIS의 해체가능성이 높은 현시점에서 이들
회교공화국의 ECO참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CIS가 "헤쳐모여"식으로 재편될 경우 종교적 연대감이 깊은 회교공화국의
단합은 분명하며 주변회교국과의 연대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회교권공동체 창설의 기폭제가 되고있는 카스피해연안의 아제르바이잔을
제외한 5개 중앙아시아 회교공화국의 인구는 5천7백여만명이며
인종적으로는 투르크계가 대부분이다. 7백년전 아시아대륙을 휩쓴
몽골인의 후예들로 투르크계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5개국이 위치한 중앙아시아지역은 면화 우라늄 생사 천연가스
석유자원이 풍부한데다 고대비단길이 있던 전략적 요충지이며 카자흐등은
핵무기까지 보유하고있어 정치 경제적으로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따라 ECO국가중 특히 터키와 이란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란은 최근 이들 지역에 대사관을 개설,무역및 교통망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투르크멘에 석유와 경제원조를 제공하면서 접근을 가속화하고
있다.
터키도 종족과 언어면에서 유리한 여건을 이용,유대강화에 힘쓰고 있다.
터키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기초한 현대적 회교국가의 모델을
자처하면서 아직까지는 신앙보다 굶주림 해결이 시급한 이들 국가로부터
호응을 받고있다.
이밖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래전부터 1백만권이 넘는 코란경전을
보내는등 지원을 해왔으며 파키스탄은 공화국들의 국제기구 가입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회교권공동체의 결성움직임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과격한 회교원리주의국가인 이란이 회교권의 맹주가
되어 세력화하는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제임스 베이커 미국무장관은 지난 11일부터 1주일간 우즈베크 투르크멘
타지크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을 순방,미국측의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회교권공동체의 결성에 대한 미국등의 우려에 대해 알리 아카바르
벨라예티 이란외무장관은 "ECO를 군사협력기구로 발전시킬 의도는 없으며
경제협의체로 남을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주도의 ECO가 완전한 경제공동체가 되기에는 몇가지 난관이
있다. CIS소속 회교국은 페르시아계가 아닌 터키계며 종파도 시아파가
아닌 온건 수니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제 막 구소연방에서 독립한 이들 신생독립국들은 다른 대국의
일방적인 영향권에 들기를 원치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연방의 붕괴로 힘의 공백이 된 중앙아시아지역을 포함한
회교권공동체의 탄생여부는 세계사에서 "태풍의 눈"이 될것이 분명하다.
<최인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