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단백질 타깃의 치료제들은 단백질 활성의 조절에 중점을 뒀다. 문제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억제하고 차단하는 치료제 개발이 주류였다. 하지만 억제제(inhibitor)는 병의 근본을 없애지 못했고, 내성과 돌연변이 등이 발생했다. 반면 표적단백질분해(TPD)는 우리 몸에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 경로를 활용해 질병 유발 단백질의 억제를 넘어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다. TPD에 대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난치성 질환의 치료제 개발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벨상부터 상업화 다지기 1980년대 초반 미국 과학자들은 TPD 기술의 기반이 되는 연구결과를 밝혀냈다. 유비퀴틴이라는 효소가 단백질을 파괴하는 프로테아좀에 신호를 보내고, 이 신호를 받은 프로테아좀이 단백질을 분해한다는 것이다. 프로테아좀이 분해 대상인 단백질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유비퀴틴이 단백질에 달라붙어야 한다.유비퀴틴이 단백질에 붙는 것은 곧 단백질의 파괴를 뜻하기 때문에 일명 ‘죽음의 키스’라고 불렸다. 또한 이들은 E1, E2, E3라는 세 가지 효소가 유비퀴틴 분자들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밝혀냈다. 미국의 어윈 로즈와 이스라엘의 아론 치에하노베르, 아브람 헤르슈코 박사는 유비퀴틴의 단백질 분해 과정을 밝힌 업적을 인정받아 200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1990년대 과학자들은 26S 프로테아좀과 20S 프로테아좀을 발견했다. 26S 프로테아좀은 유비퀴틴이 붙은 비정상 단백질을 인지하고, 이를 분해시켜 버린다. 유비퀴틴과 프로테아좀이 작용하는 주요 경로에 있다고 보면 된다. 분해 대상인 단백질은 프로테아좀의 20S 부분으로 들어간다. 20S는 단백질을 작은 가
현재 표적단백질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모달리티는 TPD 약물과 항체가 결합된 DAC(Degrader Antibody Conjugate)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DAC는 TPD 분야를 이끄는 모달리티가 됐을까. 여기서는 DAC의 등장 배경과 소분자 기반의 TPD 약물에 비해서 DAC가 가지는 강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개관해 보고자 한다. TPD 부작용, Off target 단백질 분해 2001년 최초로 프로탁(Proteolysis Targeting Chimera, PROTAC)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래 프로탁과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 MG) 등 다양한 종류의 TPD 약물의 개발이 진행됐다. 하지만 2024년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약물은 극히 한정돼 있다.다발골수종(Multiple Myeloma)의 표준치료제인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 상품명 레블리미드 Revlimid), 포말리도마이드(Pomalidomide, 상품명 포말리스트 Pomalyst)와 같은 탈리도마이드 유사체 정도다. 그렇다면 소분자 TPD 약물이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는 데 가장 큰 난점은 무엇일까.그 이유 중 하나는 소분자 TPD 약물이 투여된 다음, 전신에 흡수돼 단백질 분해를 유도함으로써 나오는 부작용 때문이다.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TPD 약물인 레날리도마이드는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의 유사체다. 탈리도마이드는 1960년대 처음 입덧 방지 효과로 임신부에게 널리 처방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약 1만 명 이상의 기형아 출산을 일으키는 의약품 역사상 가장 큰 사고를 일으켰다. 이후 탈리도마이드는 다발골수종에 대한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이 발견돼 약물로서 화려하게 부활했다.하지만 탈리도마이드가 어떻게 이러한 부작용을 일으켰는지, 그리고 탈리도마이드의 다
TPD 기술 기반 화합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프로탁(PROTAC)과 분자접착(molecular glue)에 이어 다양한 차세대 표적 단백질 분해제가 등장하고 있다. 차세대 TPD 기술들은 다양한 모달리티 및 분해 경로를 활용하고 있다. 저분자화합물 기반이 아닌 펩타이드 기반 프로테아좀 경유 분해 플랫폼, 프로테아좀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유비퀴틴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 플랫폼, 리소좀(lysosome) 기반 분해 플랫폼 등이다. 이들은 기존 기술이 가진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표적 단백질은 생체 내에서 기능적 소임을 다한 후 프로테아좀 혹은 리소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분해된다. 프로테아좀 경로의 경우 E3 라이게이즈(ligase)에 의해 유비퀴틴화된 대다수의 세포 내 단백질을 표적 특이적으로 26S 프로테아좀 등을 활용해 분해하는 기전이다.리소좀 경로의 경우 응집 단백질 및 막단백질 등을 자가포식(autophagy) 작용 등을 통해 분해하는 기전이다. 리소좀 경로의 경우 필수적이진 않지만, 대다수가 유비퀴틴화를 거쳐 진행된다. 유비퀴틴화를 유도하는 E3 라이게이즈와 표적 단백질 간의 근접성(proximity)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확보되는 경우, 유비퀴틴화 및 표적 단백질의 분해가 연이어 일어난다. 프로탁 및 분자접착제는 E3 라이게이즈 및 표적 단백질과 각각 결합할 수 있는 이종이기능성(heterobifunctional) 저분자화합물이고, 결과적으로 삼중복합체(ternary complex)를 형성해 표적 단백질과 E3 라이게이즈 간의 근접성을 인위적으로 유도, 프로테아좀을 경유해 표적 단백질의 분해를 가능하게 한다.이러한 프로탁과 분자접착제와는 구별되는 펩타이드 및 mRNA 기반 프로테아좀 경유 분해 플랫폼인 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