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집불통들의 생각을 바꾸게 하려면
2020년 미국 대선 기간. 정치 단체인 ‘피플스 액션’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경합주에 거주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전화를 통한 ‘딥 캔버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유권자의 3.1%가 조 바이든을 지지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딥 캔버싱은 당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유권자의 집을 찾아다니며 대면하는 선거 운동인 캔버싱을 한층 발전시킨 방법이다. 단순히 정책이나 후보를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권자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맥레이니는 ‘딥 캔버싱이 효과를 내는 과학적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는 한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믿었다. 정치적 음모론을 맹신하는 아버지의 생각을 바꾸고 싶었고, 차분히 대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방법으로 아버지를 비롯해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들의 가치관이 뒤집히는 순간을 목격했다. 이 같은 경험과 생각 및 가치관을 전환한 사람들의 사례를 신간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에 담았다.

저자는 사람들이 마음을 바꾸기 전과 후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주목하면서 몇 년 전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진 ‘드레스 색’ 논쟁을 떠올렸다. 같은 드레스를 누군가는 흰색과 금색으로, 누군가는 파란색과 검은색으로 인식해 자신의 생각이 맞다며 팽팽히 대립했다. 이를 연구한 신경과학자 파스칼 윌리시와 인지과학자 마이클 카를로비치는 사람들이 평소에 접하는 조명이 자연광인지, 인공광인지에 따라 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걸 밝혀냈다. 인간의 뇌가 각자의 모호함을 해소하는 방식에 따라 도달하는 결론이 다른데, 우리가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상대의 인식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의 갈등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상대방의 결론에 집중하지 말고 결론에 도달한 과정과 ‘어떻게’, ‘왜’ 그런 견해를 갖게 됐는지 묻는 것이 진정한 설득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