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할 땐 천천히 걸어보세요
“철수야 머리를 써.”

공부를 하거나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항상 듣는 말이다. 우리는 생각을 뇌만이 담당하는 고유의 영역으로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인간은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손으로 제스처를 쓰고, 창작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카페에 가거나, 교훈과 같은 사회적 관행을 따르는 방식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베스트셀러 <오리진>으로 타임지 커버를 장식한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애니 머피 폴은 신작 <익스텐드 마인드>를 통해 뇌의 바깥에서 사고하는 방식을 세가지 부문으로 나눠 과학적인 사례를 통해 서술했다.

첫 번째는 몸을 통한 생각하기다. 실험에 참가한 집단을 두 분류로 나눠 한쪽은 앉아서 방사선 사진 검사를 시켰고, 다른 쪽은 시속 1마일(약 시속 1.6㎞)로 걸으면서 검사했다. 그 결과 앉아있던 전문의가 평균 85%로 이상 징후를 찾아낸 반면 걸으면서 검사했던 의사는 99%의 정확도를 자랑했다. 몸을 함께 움직이는 것이 뇌의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됐다.

두 번째는 주변 환경을 통한 생각하기다. 벽 없는 개방형 공간에서 일하면 소통이 원활해질까. 공간의 크기와 상관없이 서로 가까운 자리에서 일해야만 더 잘 소통하고 생각을 공유한다고 나타났다.

세 번째는 사회적 관계를 통한 생각하기다. 두 살 미만 유아는 성인에게서 단어와 행동을 쉽게 배우지만, 화면 속 녹화된 테이프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이를 ‘비디오 결함 현상’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다른 인간을 통해 가장 잘 배울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머릿속에 생각을 가두지 말고, 두개골 너머에 있는 세계와 만나라.”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