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벨라스케스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1656)
디에고 벨라스케스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1656)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예술이 존재하는 도시가 있다. 수세기에 걸쳐 음악과 오페라 미술 문학 디자인 등 예술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 걸작들을 집약하며 유럽 문화 예술의 뿌리가 된 곳, 바로 오스트리아 빈이다. 지식인과 예술가들은 ‘유럽 문화예술의 중심’ 빈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고, 열렬히 사랑했다.

우리나라 세종시보다 작은 면적의 빈. 중부 유럽의 내륙 도시 빈이 ‘예술의 허브’로 불릴 수 있는 배경에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있다. 가톨릭 신앙과 수도원을 토대로 부를 축적한 합스부르크 가문은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지위를 얻으며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645년) 유럽을 지배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빈을 중심으로 수백 년간 ‘지식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이들은 수세기에 걸쳐 유럽의 지도자로 군림했지만 전쟁과 정복의 군주이기보다 조화와 질서, 학문과 예술의 후원자가 되기를 원했다. 합스부르크의 넉넉한 예술적 품에서 위대한 예술가들이 탄생했고 이들은 다시 ‘해가 지지 않는 최초의 제국’으로 불린 합스부르크 왕가를 든든하게 떠받쳐 줬다.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말러 등 세기의 음악가들이 빈에 모여 현대 클래식을 완성했다. 1900년대엔 중세 유럽의 황금기와 세기말 모더니즘이 만나 새로운 시대의 ‘문화 빅뱅’을 일으켰다. 천부적 재능을 가진 화가와 음악가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게 합스부르크가 세상을 빛낸 방식이었다.

세계 최초의 박물관도 합스부르크 왕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전쟁터를 떠돌다가 미술품 경매에 참여해 명작들을 수집했다는 대공의 일화도 유명하다. 나라를 더 강하게 만들고, 우리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중심엔 예술이 있다는 신념을 그들은 수세기에 걸쳐 실행에 옮겼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끝엔 빈미술사박물관이 있다. 오스트리아를 근대 국가로 이끈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1717~1780)는 왕실 컬렉션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며 지금의 빈미술사박물관을 있게 했다. 60년을 재위한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제국의 멸망을 앞둔 격동의 시기에도 문화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도시 전체를 박물관과 음악당, 미술관의 요새로 만들었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600년간 수집한 예술사 최고의 수집품들이 서울로 여행을 온다. 오는 25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합스부르크 600년-매혹의 걸작들’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전시에서 빈미술사박물관이 간직하고 있는 세기의 예술 작품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빈=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