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아트테크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미술 작품을 살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미술 시장 호황에 힘입어 백화점과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호텔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하기 시작해서다.

지난해 10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는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의 그림 ‘회귀 2016’이 판매 개시 1시간 만에 팔려나가 화제를 모았다. 가격이 5500만원에 달하는 작품이다. 함께 나온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그림을 판화로 제작한 세 점도 각각 250만원에 판매됐다.

백화점들도 앞다퉈 미술품 유통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강남점을 비롯해 본점과 부산 센텀시티점,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광주점, 대구점 등 6개 점포에서 미술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판매된 작품은 총 720점이 넘는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을 비롯한 여섯 곳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홈쇼핑과 호텔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9월 현대홈쇼핑이 판화를 판매하는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 선보인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는 1800만원 상당의 판화가 판매됐다. 서울 신라호텔은 지난해 11월 아트앤가이드와 협업해 분할투자 방식을 접목한 패키지인 ‘폴 인 아트’를 선보였다. 패키지 이용객들은 박서보 화백의 그림 두 점 중 한 작품을 골라 5만원 상당의 지분을 받았다.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은 지난달 34층 클럽라운지를 갤러리로 바꾸고 자선 경매를 열었다.

유통·숙박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단순한 고급화 마케팅을 넘어 본격적인 미술 시장 참여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달 29일 서울옥션에 280억원을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을 새 먹거리로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