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이 스마트벨트와 앱을 활용해 보행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한 노인이 스마트벨트와 앱을 활용해 보행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노인의 보행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근감소증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와 전남대학교병원 노년내과 강민구 교수 연구팀은 독립적인 보행이 가능한 50세 이상 성인 남성 106명(평균 연령 71세)을 대상으로 보행속도의 변화와 근감소증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연구는 4주간 대상자에게 벨트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게 해 보행속도를 측정하고 근육량과 근력 검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결과 조사 대상자들의 평균 일상생활 보행속도는 1.23㎧(초당 미터)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유의하게 느려졌다. 근육량이 감소하고 근력이 저하된 근감소증이 있는 남성(1.12㎧)은 근감소증이 없는 남성(1.23㎧)보다 보행속도가 유의하게 느렸다.

근력 검사를 통해 근력이 떨어진 참가자(악력<28㎏)와 정상 근력을 가진 참가자를 구분했을 때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근력이 떨어진 참가자의 평균 보행속도는 1.15㎧로 정상 근력 참가자의 1.23㎧보다 느렸다.

근육량이 적은 참가자(골격근 질량지수<7.0㎏/㎡)와 정상 근육 질량을 가진 참가자의 보행속도도 각각 1.22㎧와 1.25㎧로 달랐다. 이는 일상생활의 보행속도가 곧 골격근 질량과 유의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주로 검사실에서 1~2회의 단발성 측정이 이뤄져 실제 보행속도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려웠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간편한 웨어러블 기기로 개개인의 실제 보행속도를 연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보행속도는 노쇠의 주요 예측 인자이자 근감소증 진단·기능상태 평가에 있어 대단히 의미 있는 평가 도구"라며 "웨어러블 기기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보행속도 뿐 아니라 보행균형 등 노인 보행과 관련된 보다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장기적으로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보행속도는 노인의 근감소증과 노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노년기 건강의 핵심 지표로 알려져 있다. 근감소증은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하고 낙상 빈도를 높이는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사회 참여도도 감소시킨다. 과거에는 자연적인 노화의 한 과정으로 인식됐지만, 현재 각국에서 근감소증에 질병 코드를 부여해 관리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올해 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근감소증을 포함시켰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국제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지수(SCI) 저널인 '저널 오브 메디컬 인터넷 리서치(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최근호에 실렸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