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표정 담아낸 모차르트 연주…게자 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집'
1967년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은 서커스단 소녀 엘비라 마디간과 젊은 장교 식스텐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사랑의 도피는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여주인공 역의 피아 데게르마르크가 보여준 엘비라 마디간의 아름답고 청초한 이미지는 잊기 힘들다.

헝가리 피아니스트 게자 안다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 2악장이 흘러서 유명하다. 1960년대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피아노와 지휘를 겸해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협연한 안다의 피아노협주곡집에 실려 있다. 두 대, 석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과 협주곡 7번, 10번이 빠져 있어서 전집 타이틀을 붙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안다는 모차르트의 거의 모든 피아노협주곡을 녹음했다. 긴 세월이 지났지만 안다의 연주는 언제 들어도 물리는 법이 없다. 안다의 모차르트 연주가 수많은 다른 녹음과 비교되는 부분은 단조롭지 않다는 점이다. 피아노가 곡마다 풍부한 표정을 부여한다. 느린 악장마다 아름다움과 감성이 대단하다. 연약함과 우아함이 앞서는가 싶더니 단단한 속도감으로 안정감 있게 질주한다.

안다는 1921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부다페스트 프란츠리스트음악원에서 에르뇌 도흐나니와 졸탄 코다이에게 배웠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장학금을 받고 베를린에 유학했다. 1941년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베를린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대호평을 받았다. 푸르트벵글러가 안다를 ‘피아노의 음유시인’이라 부를 정도였다. 안다는 1943년 스위스에 망명했고, 이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해 그곳에 정착했다. 그는 아름다운 음색과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기교로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1979년부터 그의 이름을 딴 게자안다콩쿠르가 3년마다 취리히에서 열리고 있다.

모차르트협주곡 음반에서 안다의 연주는 확신에 차 있다. 모차르트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스며 있는 연주다. 요즘의 고성능 악단과 원전 연주 악단보다 해석이 예각적이지는 않지만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의 전원적인 풋풋함과 소담스러움은 듣는 이의 부담감을 덜어준다.

모차르트의 음악세계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주요 장르는 오페라와 피아노협주곡이다. 음반에서 협주곡 19번, 20번, 21번, 22번, 23번, 24번 등 20번을 전후한 유명 협주곡도 훌륭하지만 초기 협주곡부터 연주한 전집을 통해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의 세계를 개관할 수 있다.

류태형 < 음악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