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김현우 등장 /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
'프렌즈' 김현우 등장 /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지라도 화제성만 갖췄다면 방송가의 문은 활짝 열리는 모양새다. 전과가 있는 이들의 복귀 발판이 되어주고 있는 '문제적 관대함'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채널A 예능프로그램 '프렌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인기리에 시즌3까지 완주하며 채널A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하트시그널'의 출연진들이 재출연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었다.

'하트시그널'은 비연예인 남녀가 일정 기간 동안 한 장소에 머물며 겪는 관계의 변화, 이른바 러브 라인을 추측해낸다는 콘셉트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특히 '하트시그널'은 연애 리얼리티라는 특성상 출연진 개개인의 매력이 프로그램 성공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에 출연진들은 종영 후에도 두터운 팬층을 토대로 각자 인플루언서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했다.

'프렌즈'에도 팬들의 지지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마냥 환대만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트시그널2' 출연자였던 김현우가 등장했기 때문. 김현우는 '하트시그널2'에서 훈훈한 외모와 독보적인 분위기로 오영주, 임현주 등과 러브라인을 이루며 매번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러나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알려져 실망을 안겼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의 음주운전 전력이 무려 3회에 달했다는 것이었다.

공개된 예고편에 따르면 김현우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프렌즈'에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 '하트시그널2' 출연진들과도 연락이 되지 않고, 종영 후 방송 활동도 전무했던 김현우였기에 '프렌즈'에서는 그의 신비주의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출연진들과 MC, 패널들까지 전부 김현우의 등장 예고에 한껏 들뜬 모습을 보였다.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기억됐던 그는 단숨에 '프렌즈'의 기대주가 됐다.

"김현우 머리 어디에서 했을까", "저런 분위기는 대체 어떻게 내는 거야", "안경 올려쓰는 것도 멋지네", "단번에 매력 쓸어담네요", "그 사이에 미모 업그레이드 됐네"

제작진이 의도한 바가 '관심 끌기'라면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하다. 김현우의 출연과 함께 온라인은 떠들썩하다. 네티즌들은 김현우의 외모와 분위기에 칭찬을 쏟아내며 다음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프렌즈'의 참 유해한 전략이다.

반면 음주운전을 세 번이나 한 김현우를 섭외해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제작진도, 출연을 결정한 김현우도 모두 경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런 지적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열린 '2020 음주운전 ZERO 캠페인'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열린 '2020 음주운전 ZERO 캠페인' /사진=연합뉴스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2018년 12월과 2019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제1윤창호법, 제2윤창호법이 시행됐다. 그럼에도 음주운전 사고는 끊이지 않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꾸준히 지적받고 있다. 을왕리 벤츠 음주운전 사망 사건에 많은 이들이 분개했으며,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음주운전 솜방망이 처벌을 지적하는 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방송가의 시간만 거꾸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리하게 화제성을 쫓으려는 욕심에 앞서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들에게 유독 관대한 방송가의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에는 리쌍 출신 가수 길이 채널A '아이콘택트'에 출연해 논란이 일었다. 길 역시 세 차례의 음주운전으로 자숙 중인 상태였다. 해외원정 도박과 뎅기열 거짓말 논란으로 공분을 샀던 신정환은 2017년 Mnet '프로젝트 S : 악마의 재능기부', 2018년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했으며, 현재는 유튜브에서 활동 중이다. 또 박유천은 '마약 투약'으로 물의를 일으킨 후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 출연해 눈물을 쏟기도 했다.

신정환의 경우처럼 최근에는 유튜브가 복귀 창구로도 손쉽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대중의 반감은 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유튜브 이용자들의 유튜버에 대한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연예인, 정치인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유명인들이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 73.4%가 부정적으로 봤다.

'규제는 어렵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유튜버로 활동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응답은 45.8%로 가장 많았고, '그런 사람들이 유튜버로 활동할 수 없도록 규제를 해야 한다'는 응답은 27.6%로 집계됐다. 방송은 물론이거니와 유튜브 활동마저도 부적절하게 보는 이들이 대다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전과 연예인들을 방송에서 보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현행 방송법으로는 불가하다. 각 방송사가 내부 규정과 심의를 통해 일정 기간 출연을 정지할 수는 있지만 전과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강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2019년 전과가 있는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된 적은 있다.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해 범죄자의 방송출연을 제재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에 따른 것이었다. 여기엔 마약, 성범죄, 음주운전 및 도박 등의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에 대한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찬반 의견이 분분하던 끝에 결국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전과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법으로 규제한다면 이 또한 방송사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 중요한 것은 방송사 자체의 인식 전환과 자정 능력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과거보다 한층 높아졌다. 시청자들의 지적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극보다는 방송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을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높아진 시청자들의 인식을 되려 헤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때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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