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신종플루·메르스 때보다 심각…문화예술계 '코로나19 보릿고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문화예술계에 '보릿고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국내에 이어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함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판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병) 선언을 했다.

이에 공연, 미술, 영화 등 문화예술계는 신음을 하고 있다.

영화 관객수는 2005년 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4월 주요 내한 공연 일정도 연기나 취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월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달 관객은 737만 명으로 작년 2월보다 66.9%(1490만 명) 감소했다.

2005년 이후 2월 전체 관객으로는 최저이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가 확산했을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 영화와 외국영화 모두 2005년 이후 최저 관객을 기록했다.

한국 영화 관객은 지난해 동일 기간보다 71.3%(1229만 명) 감소한 494만 명, 외국 영화 관객은 51.9%(262만 명) 줄어든 243만 명에 그쳤다.

주말도 웃지 못할 수치였다. 올해 2월 넷째 주(2월 28일~3월 1일) 관객은 24만5383명으로, 2008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일일 관객도 하락해 하루 관객은 5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영진위는 "2009년 신종플루 첫 사망자 발생 이후 신종플루가 극장가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이 수치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메르스의 경우 첫 사망자 발생 다음 날인 2015년 6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 동안 큰 폭의 관객 감소를 나타낸 것이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코로나19는 확진자가 방문한 극장이 휴업을 시작한 다음 날인 2월 1일부터 3월 9일까지 38일간 극장 관객 감소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며 "코로나19는 신종플루, 메르스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장가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대형 국제 영화제도 코로나 여파로 연기됐다.

4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0회 베이징국제영화제는 상황을 지켜보며 개최 시기를 확정할 방침이다.

아시아와 유럽 영화제들이 속속 개최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가운데 칸국제영화제는 강행 의지를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칸영화제집행위 측은 당초 개최 일정(5월 12∼23일)에 맞춰 영화제를 준비 중이다.

칸영화제 측은 9일(현지시간) "아직 변경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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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역시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대부분 미술관과 갤러리가 잠정 휴관에 들어갔으며, 예정된 전시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미술시장도 냉랭하다.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화랑별 피해액은 현재까지 평균 약 35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여파로 3월 개최 예정이던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 아트바젤 홍콩이 취소됐다.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 방문객은 작년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었고, 매출도 급감했다.

올해 클래식계 주목할 만한 이벤트는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 내한 공연이었다.

쿠렌치스는 내달 7~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유럽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내한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 정부는 한국 여행 자제 경고를 내렸고, 러시아 에이프만 발레단은 오는 5월 예정됐던 내한 공연을 취소했다.

구렌치스 측은 현재까지 내한 일정에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내달 23일 열리는 오르간 시리즈 '스콧 브라더스 듀오' 내한 공연도 취소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국립 예술단체도 잇달아 공연을 취소하고 있다.

4월 9일부터 4일간 공연 예정이었던 국립오페라단의 '서부의 아가씨'도 공연을 취소했다. 3월 공연인 '백조의 호수'와 '호이 랑'을 취소한 국립발레단은 '안나 카레니나'의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도 올해 첫 작품 '오프닝'(4월 17~19일)의 취소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서울까지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현재로선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전국에서 오케스트라가 서울로 올라오는 행사여서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다"며 "내주까지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늘어나면 취소 공연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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