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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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개로 잘라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10일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에 호명된 후 무대에 올라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끝났구나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렇게 말해 객석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봉 감독은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특유의 유머와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화제를 모았다.

‘기생충’이 4개 부문의 상을 휩쓸며 거듭 무대에 오른 봉 감독은 상을 받을 때마다 다른 수상 소감을 내놨다. 각본상으로 처음 시상식 무대에 오른 그는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라며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이 끝난 후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 인터뷰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기생충’의 이야기가 보편성을 지닐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차서 오히려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자막이 있는 외국어 영화라는 ‘한계’를 넘어선 수상에 대한 소감을 묻자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인치 장벽’에 대한 얘기도 때늦은 소감이 아니었나 싶다”고 덧붙였다.

1인치 장벽은 지난달 5일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 남긴 수상 소감으로, 당시 봉 감독은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며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할리우드 진출 계획에 대해서는 ‘기생충’ 속 대사처럼 “계획이 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봉 감독은 “수상으로 바뀌는 건 없다”며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된 시나리오 두 편을 쓰고 있다”고 차기작 계획을 밝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