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개인전 '파편'
도자 조각으로 맞추는 꿈의 기억
캔버스 위에 종이를 말아놓은 것 같은 조각들, 긴 천 띠가 엉킨 듯한 조형물에서 낯선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실제로는 종이나 천이 아닌 도자 조각들이다.

13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개막한 백진 개인전 '파편'은 도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작가는 흙으로 얼마나 얇고 가볍고 부드러운 조각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흙으로 만든 입체 조각을 평면 위에 붙이는 실험도 신선하다.

백진은 도자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는 작가다.

자신만의 '레시피'로 제조한 백톳(白土)물을 굳혀 만든 얇은 판을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낸 후, 이를 구부리거나 동그랗게 말아 고온에서 굽는다.

1천200도가 넘는 가마에서 구운 조각들은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조각들은 벌어지고 깨지고 더 휘고 덜 휜다.

수많은 파편 중에서 작품에 사용되는 것은 절반도 안 된다.

작가는 비정형 도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나가며 작품을 완성한다.

'공'은 동그랗게 만 파편 조각들을 캔버스 위에 배열한 작품이다.

전체 화면은 불규칙해 보이지만, 작가만의 규칙에 따라 일정한 패턴을 형성한다.

'무제'는 도자 파편들을 기둥처럼 높이 쌓아 올린 설치 작품이고, '간'은 하나의 굵은 띠처럼 도자 조각이 길게 이어진 형태다.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30여점은 모두 다른 색을 더하지 않은 흰색이다.

그림자가 도드라져 조각의 굽음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전통적인 도자 기법에서 벗어나 흙이 얼마나 유연할 수 있는지, 얼마나 다양하게 변할 수 있는지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가가 궁극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은 꿈이다.

작품으로 자신의 꿈 또는 무의식 저편의 흩어진 기억을 재구성했다.

그는 "꿈을 많이 꾸는 편인데, 꿈은 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라며 "작품을 만들면서 꿈의 파편을 기억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내년 3월 8일까지.
도자 조각으로 맞추는 꿈의 기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