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명작의 탄생'에 숨겨진 러브 스토리
홍조를 띤 채 무릎에 놓인 책을 보는 여인.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가 그린 초상화 속 단아하고 섬세한 이목구비의 주인공은 아델 푸셰다.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작품을 남긴 위고는 그림 실력이 뛰어난 데생 화가이기도 했다. 거칠고 투박한 4000여 점의 다른 위고의 그림들과 달리 서정적 분위기인 이 초상화에선 사랑이 느껴진다.

<예술, 사랑에 미치다>는 잘 알려져 있는 예술가의 삶과 사랑,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위고는 소꿉친구인 아델과 결혼했지만 생활은 평탄치 않았다. 작가로서 위고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아델은 갈수록 외로워졌다. 두 사람은 결혼 관계를 이어가면서 한눈을 판다. 책은 위고의 소설과 시, 그림을 통해 격동적인 그의 삶을 읽어내려 간다. 역사와 리더십,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해 저술활동을 해온 저자가 내놓은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다.

버지니아 울프, 헤르만 헤세 등 작가들뿐 아니라 에드바르 뭉크와 오귀스트 로댕 같은 화가, 구스타프 말러, 프란츠 슈베르트, 프란츠 리스트 등 음악가들도 목록에 있다. 천재들의 삶과 사랑은 명작의 탄생과 얽혀 있다. 세심하게 그 뒷이야기를 훑어가다 보면 그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쟁 같은 사랑에 고통받았던 위고뿐 아니라 꿈 같은 사랑에 빠졌던 리스트, 순애보 같은 사랑을 하면서도 카사노바의 기질을 드러낸 괴테와 슈베르트까지, 사랑의 모습은 달랐지만 그로부터 받은 영감은 예술적 탄생의 시발점이 됐다. 뭉크의 ‘절규’ 속 인물은 왜 그토록 처절한지, 카미유 클로델이 남긴 ‘파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예술가들의 극적인 사연에 관련된 그림과 사진들을 곳곳에 배치해 시각적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아 작품에 그 흔적을 새겨놓았다. 저자는 말한다. “사는 게 사랑이고 상처다. 사랑과 상처는 같이 가는 것이다. 사랑이 깊을수록 상처도 깊은 법. 깊은 사랑 중에 미치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이동연 지음, 씨앗을 뿌리는 사람, 368쪽, 1만58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