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강연은 온라인 무료 공개 후 조회수가 급증하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 /TED 홈페이지
테드 강연은 온라인 무료 공개 후 조회수가 급증하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 /TED 홈페이지
미국 비영리재단이 운영하는 강연회 테드(TED)의 시작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technolog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앞글자를 따 ‘그 분야에서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생각’을 나누는 모임이었다. 청중은 적으면 수십 명, 많으면 수백 명이었다. 1990년 연례행사가 됐지만 강연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인맥과 재력이 있는 극소수였다.

테드의 핵심 틀은 바뀌지 않았다. 테드의 연례행사에 참여하려면 많게는 2만5000달러까지 내야 한다. 주최 측은 강연자만큼 참석자를 엄선한다. 그럼에도 테드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존중받는 브랜드가 된 것은 2000년대 초 영국 기업가 크리스 앤더슨이 테드를 이끌게 되면서다.

인터넷 기반 정치 커뮤니티인 ‘겟업!’의 공동 창립자 제러미 하이먼즈와 비영리단체 ‘92번가Y’의 최고경영자(CEO)인 헨리 팀스가 함께 쓴 《뉴파워: 새로운 권력의 탄생》에서는 테드의 변신을 통해 신권력의 정체를 설명한다.

앤더슨은 테드 강연을 온라인에 무료로 올리기로 했다. ‘위험해 보이는 결단’에 내부에서 반발이 컸다. 유일한 지식재산인 강연을 온라인으로 공개해버리면 연례 콘퍼런스의 비싼 티켓이 안 팔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책마을] 연결된 대중의 힘 모으는 자…그가 바로 新권력이다
하지만 앤더슨은 밀어붙였고 이것은 통했다. 2006년 9월 처음 강연이 게시된 지 3개월 뒤 조회 수는 100만 건을 넘었다. 요즘 테드 강연의 조회 수는 10억 단위다. 테드 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졌고 입소문을 타고 콘퍼런스 티켓 인기는 더 커졌다. 테드를 지원하겠다는 기업의 후원 문의도 줄을 이었다. 저자들은 “강연을 공개하고 공유할수록 폐쇄형 강연의 가치는 더 상승했다”며 “테드가 폐쇄적이고 비밀 회합 같은 강연만 계속 고집했다면 지금 같은 영향력을 얻을 수 있었을까”라고 질문한다.

책은 테드를 ‘구권력을 신권력으로 상쇄해 성공한 사례’로 들면서 신권력이 어떻게 기업과 사회,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는지 보여준다. 새로운 형태의 권력은 구권력과 어떻게 다를까. 책에서는 구권력의 작동 방식을 화폐에 비유한다. 소수만 지니고 있고 일단 쥐면 내놓지 않는다. 폐쇄적이고 상명하달식이다. 이에 비해 신권력은 다수가 만들어낸다. 참여적이고 동료 집단이 주도한다. 물이나 전기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게 힘을 모으는 것이 신권력의 목표다.

신권력이 이끄는 변화의 방향을 읽기 위해 책은 우버, 리프트, 에어비앤비,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기업을 예로 든다. 저자들은 “이들의 공통점은 참여를 갈망하는 이들의 에너지를 결집할 방법을 간파했다는 것”이라며 “기술의 발전이 이끈 촘촘한 연결망 덕”이라고 분석한다. 연결된 대중의 힘이 커진 시대에 중요한 것은 구권력에서 신권력으로의 방향 전환 시점과 방법이다. 신권력의 중심엔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성공적인 ‘방향 전환’을 위해 조직에 필요한 사람은 ‘신권력과 구권력 세계를 사실상 넘나들고 신권력 세계와 유의미하게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저자들은 “미래 싸움의 승자는 결국 누가 더 사람을 많이 모으느냐로 결정된다”며 “주변 사람들의 에너지를 가장 잘 수렴하는 이가 성공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시대를 관통하는 신권력이란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기술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새로운 행동방식과 문화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책은 한국판 서문에서 방탄소년단(BTS)을 언급한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 회의장에서 한 연설에서 그들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라(Speak yourself)”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이 메시지가 “신권력 지도자의 유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고 언급한다.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구체적이면서 기존 소셜플랫폼과 팬클럽을 기반으로 확장 가능하게 열려있기 때문이다.

신권력의 속성을 일상에 흡수한 밀레니얼 세대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과 리더를 요구하고 있다. 연결된 대중의 힘을 바탕으로 한 변화의 흐름을 읽고 기업과 정부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나갈지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