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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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는 1975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500억달러(약 53조4200억원)의 순이익을 창출한 세계 최대 규모 헤지펀드다. 1600억달러의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역사상 어떤 헤지펀드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성공의 중심에는 창립자 레이 달리오(사진)가 있다. ‘헤지펀드계의 대부’로 불리는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포천이 선정한 세계 100대 부자에도 이름을 올린 달리오는 최근 조지 소로스의 수익률을 제치고 헤지펀드계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책마을] '헤지펀드 대부'의 투명경영 원칙… 최고 수익률 역사 쓰다
달리오의 저서 《원칙》은 회사를 세계적인 규모로 키워내기까지 지킨 212개의 원칙을 담은 책이다. 그는 자신이 갈고닦은 원칙에 따라 평생을 살았고, 회사를 경영했고, 경제를 예측하고 투자했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가 성공한 건 내가 경제에 능통해서가 아니라 나만의 원칙을 내 인생과 조직에 철저히 적용해 조직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할 정도다.

그가 소개하는 원칙은 ‘언제나 고객이 우선이다’ ‘업계 최고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처럼 모호하지 않다. 아주 구체적인 지침들이다. 그가 제시한 제1 원칙은 ‘아이디어 성과주의 시스템’이다. 달리오는 1996년 직원들에게 이런 메모를 보냈다. “나이나 경력에 근거한 서열은 필요없다. 권력은 개인의 위치가 아니라 생각에서 나온다. 누가 아이디어를 냈든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승리한다.”

직급, 성별, 경력에 관계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우선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본 듯하지만 달리오는 이같이 뻔하지만 중요한 원칙을 실행하기 위해 또 다른 법칙을 만든다. 그가 제시한 공식은 ‘아이디어 성과주의=극단적 진실+극단적 투명성+신뢰도 가중치’. 번역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극단적 진실(radical truth)’이란 조직원끼리 의견을 교환할 때 자신의 생각과 의문을 거르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 사람이 저렇게 비판하지 않을까’ 같은 생각조차 걷어내고 당면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얘기하란 뜻이다. ‘극단적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에게 회사의 거의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책마을] '헤지펀드 대부'의 투명경영 원칙… 최고 수익률 역사 쓰다
조직의 투명성을 위해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는 변호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든 회의와 업무 관련 대화 내용을 녹화한다. 후임자가 나중에 그 내용을 다시 보고 들으며 객관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저자는 “회사 내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건 사내정치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불러왔다”고 말한다.

신뢰도 가중치(believability weighting)란 한마디로 능력 없는 의사결정권자보다 능력 있는 의사결정권자의 생각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다. 달리오는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그들의 신뢰도를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한다. “누가 가장 올바르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생각하는 건 중요한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2012년 유럽 재정위기가 심각해졌을 때 사내에선 ‘유럽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각국 채권을 살 것’이라는 의견과 ‘국가 부도에 이를 정도로 재정위기가 악화되도록 방치할 것’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신뢰도 가중치 투표 결과 신뢰도가 높은 직원들은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돈을 찍어낼 것이라고 예측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회사는 토론을 접고 이에 따른 대책을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달리오는 “이렇게 조직을 운영하는 게 비효율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사실 동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이 더 어렵고 비효율적”이라고 강조한다. 달리오에 따르면 직원들이 이 같은 원칙에 적응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8개월이었다.

이외에도 그는 △실수는 용인되지만 실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문화를 만들어라 △부하 직원을 관대하게 평가하지 말고 정확하게 평가하라 △사람들에 대한 당신의 평가를 숨기지 마라 등 다양한 원칙을 제시한다. 물론 ‘~하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원칙을 실천할 다양한 방법도 함께다.

자신의 원칙을 아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언뜻 쉬워 보이지만, 실천하기엔 결코 쉽지 않은 법칙들이다. 굉장한 자기절제와 냉정함이 동반돼야 가능해 보인다.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입지전적 성공이 결코 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달리오는 은퇴 직전 ‘조직과 스스로를 최고로 만드는 법칙의 비밀’을 모두 공개했다.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독자의 실천력에 달려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