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의 깊은 고뇌, 다양한 음역으로 표현"
인생을 살다 보면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고 나약해질 때가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거나 잘못된 유혹에 빠진다. 독일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한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파우스트의 겁벌’은 늙은 박사 파우스트에 이런 인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오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열리는 ‘파우스트의 겁벌’에서 테너 강요셉(38·사진)이 파우스트를 연기한다. 콘체르탄테는 일반 오페라 공연과 달리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라 연주와 성악가의 노래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 2일 서울 정동극장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특별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생과 한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며 “다양한 음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파우스트의 깊은 고뇌와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삶 돌이켜보며 파우스트 이해

독일 베를린국립음대를 졸업한 강요셉은 2001년 쾰른에서 오페라 ‘장미의 기사’로 데뷔한 뒤 유럽에서 활동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한국 성악가 최초로 2002년 독일 명문 극장인 베를린도이치오퍼 정단원으로 입단했다. 2013년엔 극장을 나와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무대는 2014년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출연 이후 2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파우스트 역은 지난해 베를린도이치오퍼가 제작한 공연에서 맡은 뒤 두 번째다. “첫 무대보다 더 많이 고민됐어요. 한국 관객의 기대가 큰 데다 캐릭터 자체를 파고들수록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졌죠.”

하지만 곧 해답을 찾았다. 자신의 삶을 충실히 들여다보면서였다. “2013년 극장에서 나오기 전 굉장히 힘들었어요.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11년 동안 한 극장에 머무르다 보니 파우스트처럼 희망도 찾지 못하고 발전 없이 쳇바퀴만 도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며 ‘나만의 파우스트’를 찾았다고 할까요.”

이 작품에선 원작이 같은 오페라인 구노의 ‘파우스트’,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스’보다 파우스트 비중이 높다. 무대에서 쏟는 에너지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깊은 고뇌와 갈등을 거듭하는 역할인 만큼 음악적으로 표현하기도 힘들어요. 아리아 ‘세레나데’ ‘웅대한 자연이여’에선 ‘하이 C#’까지 올라가는 높은 음역과 낮은 음역을 오가야 해요. 특히 이번 무대는 장치나 배경 없이 이뤄지는 만큼 테너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보일 절호의 기회입니다.”

◆“사무엘 윤과 환상적 호흡 기대”

메피스토텔레스 역을 맡은 바리톤 사무엘 윤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강요셉에겐 큰 의미가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독일에서도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호흡이 잘 맞는 건 아닌데 사무엘형은 상대방을 잘 받쳐주면서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두 사람 모두 빛나는 조화로운 무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랑의 이중창을 함께 부르는 마르게리트 역을 맡은 불가리아 출신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요셉은 “소리가 지나치게 강하면 이중창을 맞추기 어려운데 카사로바는 섬세하고 밸런스를 잘 맞추는 성악가”라며 “함께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가을에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극장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서게 돼 정말 기뻐요. 고음과 저음 모두를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저만의 장점을 활용해 이제 더 큰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