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조 신세대 밴드 버즈는 뭉쳐도 그리 소란스럽지 않다.

22일 서울 압구정동 클럽NB에서 열린 MTV 아시아 어워드 '최고의 한국 아티스트' 후보에 오른 팀들의 보팅 파티현장 대기실. 멤버들은 간간이 키득거리며 장난을 치지만 혈기왕성한 남자들의 대기실치곤 웃음의 강도가 약하다.

이들이 타고다니는 흰색 밴을 엿봐도 마찬가지.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민경훈(22ㆍ보컬), 윤우현(25ㆍ기타), 신준기(24ㆍ베이스)는 스타크래프트 등 게임 얘기로 꽃을 피운다.

그 옆에서 김예준(25ㆍ드럼), 손성희(24ㆍ기타)는 조용히 음악에 심취한다.

버즈 멤버들의 대화에는 남자의 세계를 감지할 '찐한' 수다는 없다.

신준기를 빼곤 각자 여자 친구가 있지만 두드러진 주제가 못된다.

일부에선 이런 모습에 "멤버들간에 사이가 좋지 않은가"라는 궁금증도 제기한다.

"2000년 5월부터 모여서 연습했으니까 만 6년이 됐어요.

저흰 어디서나 좀 무뚝뚝해요.

말이 별로 없죠. 숙소 생활을 안하는 데다 공연, 방송 등의 활동이 없을 땐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해요.

그래도 밴드는 절대 개인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사이 좋은데…"
버즈가 웃음꽃을 피울 땐 데뷔 전 연습생 시절을 회상할 때다.

당시 얘기가 나오자 보컬도 아닌 손성희가 갑자기 "비가 오는 날에 울어버린 내 마음은 어떡하나~"라며 미성으로 노래한다.

멤버 전원이 박수를 친다.

음반엔 실리지 않은 이 노래는 현재 버즈의 소속사인 에이원엔터테인먼트 박봉성 대표가 작사한 '버즈1'이란 노래다.

멤버 전원이 "가사 어때요"라고 물으며 또한번 파안대소한다.

◇공연장서 버즈는 살아 있다

3집 '퍼펙트(PERFECT)'를 낸 버즈는 작년 2집 '이펙트(EFFECT)'로 음반판매량 3위를 기록, 해가 거듭할수록 일취월장하는 대표적인 팀. 활동 2년여 만에 47회 공연을 펼쳐 14만명을 동원, 연차치곤 중량감도 있다.

2집의 성공으로 3집에 대한 음반업계의 기대도 수직 상승했다.

타이틀곡 '마이 달링(My Darling)'과 수록곡 '마이 러브(My Love)'는 작사가 이재경 씨가 노랫말을 붙여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된다.

떠나보낸 연인을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는 내용. 독특한 바이브레이션이 더해진 민경훈의 복고풍 창법으로 역시 히트를 예감케 한다.

손성희가 작곡한 '고 어웨이(Go Away)', 윤우현이 작곡한 '미완예찬'도 기타, 드럼, 베이스 위주의 편곡으로 이들이 밴드임을 느끼게 하는 노래.
퍼펙트함 속에 한가지 아쉬움은 남아 있다.

붉은악마 공식 응원가 '레즈 고 투게더(Reds Go Together)' 등을 위해 3개월 만에 음반을 준비하느라 전문 세션의 참여도가 높았기 때문.
그래서 더욱 멤버 스스로 버즈란 사실을 자가진단하는 장소는 공연장이다.

윤우현, 손성희, 신준기는 입을 모아 "콘서트 때 버즈인 걸, 버즈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

공연장에서 뛰어다니며 연주할 땐 우리의 감정을 가장 자신 있게 표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들의 꿈은 소박하다

음악적인 성공과 함께 멤버들의 외적인 변화도 두드러진다.

연주 실력의 성장과 더불어 꽃미남 밴드란 타이틀에 걸맞게 데뷔 시절보다 인물도 훤해졌다.

팬들의 환호, 금전적인 수익도 자연스레 따라왔을 터.
"방송을 하면서 외모에 신경을 쓰니 스타일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 메이크업 지우고 평소 의상 입으면 그리 달라진 것도 없는데. 아주 큰 금액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돈도 벌었죠. 제 생활이 타인의 관심사가 된 건 불편하지만 지금 무척 만족해요."(민경훈)

"경훈이는 예외지만 저흰 길에서 1년에 세 번 정도 알아보는 것 같아요(웃음). 아마 저희가 야행성이어서 그럴 수도 있죠. 전 노래 작업할 때 오전 10~12시에 자서 오후 5~7시에 일어나 활동하거든요.하하."(손성희)

멤버들과의 대화 속에선 연예인 특유의 화려함은 찾을 수 없다.

솔직하고 생활도 소탈하고 목표도 소박하다.

민경훈은 "과거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하고 싶었고 게임을 좋아해 프로게이머가 되는 꿈을 꾼 적도 있다.

언젠가 PC방을 경영하고 싶다"며 천진하게 웃는다.

윤우현은 "여유가 되면 연주도 할 수 있고 끈적한 블루스 음악이 나오는 술집을 운영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치고, 손성희는 "집(서초동) 근처에 포장마차가 있었는데 단속때문에 사라져 아쉽다.

언젠가 포장마차를 차리고 싶다"고 말한다.

김예준과 신준기는 음악의 연장선상에 목표가 서 있다.

김예준은 "음악하는 패밀리를 만들어 후배 양성을 하고 싶다"고, 신준기는 "음악 교사가 되고 싶다"고 밝힌다.

그래도 버즈라는 틀에서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만은 하나다.

잠시 진지해진 분위기를 윤우현과 손성희의 대화가 깨버린다.

"성희는 음악을 일찍 시작해 연주가 섬세해요"(윤우현), "형은 연주에 감정을 잘 싣죠. 술 먹었구나 바로 느낄 수 있어요"(손성희).
그러자 멤버들은 "우현이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성희는 기계적이란 거 아냐"라며 또 다시 박장대소다.

그 어느 때보다 멤버들의 이빨이 많이 드러난 수다방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