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대표와 미술품 감정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최근 출범했다. 곽석손 미술협회 이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한 이 협회는 그동안 화랑협회와 고미술협회에서 담당해 온 미술품 감정업무를 지난 1일부터 시작함에 따라 감정업무의 양분화가 불가피해졌다. 화랑협회와 고미술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던 일부 화랑 대표와 감정전문가들이 따로 '살림'을 차리게 된 배경은 두 협회가 독점적으로 처리해온 미술품 감정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게 미술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감정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인물들이 감정위원으로 활동해 진위 시비를 불러일으켰다는 것.게다가 두 협회는 감정수수료를 다른 용도로 사용해 감정의 체계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미술품감정협회의 주장이다. 이 협회가 감정업무를 공식 선언하면서 '공신력 있고 차별화된' 감정을 강조하고 있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이 협회는 감정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1950년대 이후 작품의 판매 및 가격자료 1만여점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한편 앞으로 미술품 감정학을 새로 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협회는 감정 결과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없다는 게 최대 약점이다. 현재 미술품 매매시 인정받는 감정서는 화랑협회나 고미술협회에서 내주는 '감정소견서'가 유일하다. 때문에 이 협회는 당분간 화랑협회나 고미술협회에서 위탁하는 감정업무를 대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감정위원들의 대거 이탈을 우려하고 있는 화랑협회와 고미술협회도 감정협회와 막후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