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말기의 전설적인 거상 호설암. 너무 가난해서 학문을 따로 익힐 처지가 못됐지만 독학으로 글을 배우고 스스로를 최고로 키운 인물. 타고난 인품과 화려한 상술로 근대의 상성(商聖)이 된 그는 중국 역사상 최초의 홍정상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홍정상인이란 1품 관직을 상징하는 붉은 산호 모자에서 비롯된 말. 최근 소개된 '상경(商經)'(스유엔 지음,김태성·정윤철 옮김,더난출판,1만8천원)은 그의 비즈니스 정신과 성공 과정을 집대성한 책이다. '14억 중국인의 경영정신이 된 최고의 경전'이라는 부제처럼 사상적 깊이와 전략적 지침이 동시에 담겨 있다. 그의 어록과 실천사례,관련 지식을 정리한 글상자,상경에서 배우는 경영정신,기록사진 등도 일목요연하게 들어 있다. 저자는 중국작가협회 회원으로 고전과 역사를 바탕으로 중국인의 지혜·처세술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그는 호설암의 성공 비법에 대해 지인용신(智仁勇信)의 네가지 덕목을 완비하고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요약한다. 인재의 쓰임을 잘 아는 용인관,시세를 잘 활용하는 시국관,과감한 지모와 재빠른 행동을 앞세우는 모략관,시장을 조정하고 만들어가는 영업관,폭넓게 통찰하여 지리와 정세를 파악하는 처세관 등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티 없는 돌과 티 있는 옥의 차이를 구별하라-세상에 완전한 인재란 없다''믿음만큼 인재를 보호하는 수단은 없다-큰 재목은 크게 쓰고 작은 재목은 작게 쓴다''적을 만들면 담이 하나 더 생긴다''칼날에 묻은 피를 핥는다' 등의 호설암 경영론은 현대 비즈니스에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경구들이다. 이같은 경영철학 위에서 그는 상하이의 '신보'에 대대적인 광고를 싣는 등 근대적인 마케팅 개념을 일찍 깨우쳤고 배달판매망까지 갖춰 대륙뿐만 아니라 유럽과의 글로벌 상권을 장악했다.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은 "중국인의 경영정신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상술과 경영전략,인재 전략 등을 폭넓게 담고 있는 책"이라며 중국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고 싶은 이들에게 유익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